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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스 아티스트 – 동양방송 주최 제1회 해변가요제 – 유니버어살(K Apple 865), 19780831

 

 

4반세기 전 연포 해변의 젊음의 기록

먼저 역사적 고찰. 해변가요제는 TBC 라디오에서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매년 여름 개최한 대학생 중심의 경연대회였다. 제1회 대회는 ‘해변가요제’라고 불렀고, 제2회와 제3회 대회는 ‘젊은이의 가요제’로 개칭했다. 혼동스럽게 대회 이름을 바꾼 이유는 장소를 연포 해수욕장에서 장충체육관으로 옮긴 사정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다. 아, 마지막으로 이 대회의 주최측인 TBC가 ‘대구방송국’이나 ‘대전방송국’이 아니라 삼성의 계열사였던 ‘동양방송’이라는 점도 이제는 정확히 밝혀야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 가운데서도 1978년의 ‘제1회 해변가요제'(이하 ‘해변가요제’로 약함)는 가장 언급해야 할 것이 많은 행사였다. 사실 해변가요제는 한 해 전 MBC에서 개최한 ‘제1회 대학가요제’를 ‘따라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1977년의 대학가요제가 홍보가 그리 많이 되지 않았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서 ‘대학가의 재간꾼들’이 많이 참가하지 못했던 반면, 1978년의 가요제들은 전국의 고수들이 칼을 빼든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인기 연예인’을 대량으로 배출한 행사가 되었다. 조금 과장하면 이 대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그 뒤의 경력은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과 ‘음악과는 다른 직업을 택해서 일반인이 된 사람’으로 나뉘어진다. 물론 주병진(주병진·주선숙으로 출전)과 왕영은(징검다리의 멤버로 출전)처럼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특이한 경우, 그러니까 음악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연예계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물론 방송계의 스타라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앨범은 바다소리가 좌우 스피커를 타고 흐르다가 MC를 맡은 황인용의 멘트가 나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런 ‘현장감’을 알려주는 목소리는 뒷면의 첫 트랙에도 등장한다. 그렇지만 음반을 들어보면 ‘라이브 레코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관련자의 증언에 의하면 여기 실린 음원들은 대회가 끝난 직후 마장동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이다(대회 직전인지 직후인지는 증언이 엇갈린다). 참고로 여기 수록된 몇몇 곡들은 다른 편집음반에서는 라이브 레코딩을 들을 수도 있다.

이 음반의 최고의 트랙은 앞뒷면의 첫 트랙을 차지하고 있는 징검다리의 “여름”(최우수상)과 블랙 테트라(열대어)의 “구름과 나”이다. 1970년대의 기준으로 볼 때 전자는 ‘통기타 포크’, 후자는 ‘그룹 사운드’로 각각 분류할 수 있겠지만 그 사이에 장벽이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인상적인 훅(hook)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곡은 가요로서 히트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연주력 역시 일정 수준에 달하고 있다. 단, “여름”의 경우 대학생 아마추어의 창작곡이 아니라 이정선이라는 ‘직업적 음악인’의 곡이고 연주 역시 세션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 대회의 취지에 부합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구름과 나”는 훵키하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훵키의 영향을 어슴프레 받은 리듬 위에서 구창모의 열정적인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다. 특히 절정부에서 ‘스톱 타임(stop time)’ 기법을 활용한 부분은 한국의 록 음악의 어떤 곡도 이 곡만큼 그럴 듯하게 구사하지 못했다. 물론 조금 더 파워를 느낄 수 있게 녹음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룹 사운드들이 연주한 다른 트랙들도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장남들의 “바람과 구름”, 휘버스의 “그대로 그렇게”는 ‘그 시절 그 노래’로 들리다가도 고전적 아우라를 머금고 있다. ‘생톤’에 가까운 톤으로 전주와 대선율과 솔로를 바지런히 연주하는 기타 사운드, 사운드의 빈 구석을 채우는 알딸딸한 분위기의 오르간의 드론 사운드, 리듬은 물론 멜로디도 연주하려는 듯 활발하게 주행하는 베이스. 이는 당시 캠퍼스 그룹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한 공식이지만, 예의 그 ‘소박하고 진지한’ 자세로 인해 직업적 그룹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참신함을 안겨준다. 장남들의 “바람과 구름”, 휘버스의 “그대로 그렇게”도 훌륭하지만 단순한 구조의 악곡을 인상적인 리프와 ‘스테디’한 리듬에 실은 런 웨이(활주로)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가 압권이다. 또한 배철수의 (당시 농담을 동원하면) ‘막걸리컬 허스키 보이스’는 단지 멜로디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감을 선사한다.

한편 중앙대학교 그룹 블루 드래곤스의 경우 대체로 ‘하드’하고 ‘로킹’한 사운드를 들려주려는 다른 그룹과는 또 다르게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기자기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다양성도 만들어 내고 있다. 1980년대 중반 “회상”이라는 히트곡을 만들어낸 김성호의 전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물론이다. 전력 면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존재는 벗님들인데, 다름 아니라 이 대회 직후 드러머를 영입하여 3인조 록 그룹으로 변신하는 이들이 당시에는 통기타 듀엣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통기타 듀엣이었다고 해도 ‘록 감성’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이용균은 이치현의 본명이다).

사후적 평가지만 이 대회는 다른 어떤 경연대회보다도 그룹 사운드의 참가가 많았던 대회다. ‘MBC 대학가요제’가 성별, 장르별, 유형별로 안배를 기하는 모습을 보였던 점과 대조적이다. 그래서인지 통기타 포크의 후예들로 보이는 주병진·주선숙, 조인숙, 도래미, 우리들, 조성재 등의 노래는 그다지 인상적인 부분이 없이, 심하게 말하면 그룹 사운드의 들러리처럼 들린다. 본인들이 뒤에 이렇다 할 음악적 경력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드는 인상일지 모른다.

이 대회가 열린 1978년이면 정치적 경색이 시작된 시점일 것이다. 그럴 때 이렇게 ‘잘 놀고 있는’ 대학생들의 페스티벌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는 아직도 정리할 시점이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의미를 정리하든 말든, 또 여기 참여한 대학생들을 ‘의식 수준이 낮다’고 평하든 말든 이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은 당시를 살아가던 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또 흥얼거렸을 곡들이다. 이 음악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계층은 ‘세상 모르고 살던’ 10대 남자애들이었다는 점은 ‘말해 무삼하리오’일 것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 실감할 수 있듯. 20030909 | 신현준 homey@orgio.net

P.S.
1. ‘TBC 해변가요제(젊은이의 가요제)’가 ‘MBC 대학가요제’에 비해 폭넓은 인기를 누리지 못한 것은 라디오 방송국이 주최한 탓에 ‘비주얼’을 제대로 남겨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해변가요제가 대학가요제와 달리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아득한 추억이 되어버린 것은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TBC가 KBS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2. 한양대학교 노래 동아리인 징검다리가 이정선의 곡인 “여름”으로 출전한 배경에는 ‘이정선의 고등학교 후배인 징검다리의 한 멤버가 오래 전 이정선을 찾아와 여러 곡들의 악보를 가져가서 평소에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사정이 있다. 이정선에 의하면 자신에게 허락 받는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른 참가자들은 많은 항의를 보냈다고 한다. 한편 해바라기의 2집과 풍선 1집에 “여름”이 수록된 것은 징검다리의 곡으로 히트를 하자 오래전에 해바라기가 녹음했던 음원을 찾아서 서둘러 발매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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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요제 출연진들이 연포 백사장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 사진

수록곡
1. 여름 (최우수상) – 징검다리(한양대)
2. 바람과 구름 (장려상) – 장남들(홍익대 외)
3. 내 단 하나의 소원 (장려상) – Blue Dragons(중앙대)
4. 그대로 그렇게 (인기상) – Fevers
5. 그 바닷가 (인기상) – 벗님들(이현식, 이용균)
6. 속삭여 주세요 – 주병진 주선숙
Side B
1. 구름과 나 (우수상) – Black Tetra
2.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인기상) – Runway
3. 요즈음 (장려상) – 조인숙
4. 사랑의 즐거움 – 도래미(서효석, 김명옥)
5. 꿈속에서 – 우리들(정광윤, 노경준)
6. 정말로 사랑하니까 (장려상) – 조성재

* 그룹의 이름을 영어로 표기한 것은 앨범 그대로 표기한 것이다. 본래 캠퍼스 그룹들의 이름은 영어로 작명되었지만 ‘국어순화운동’의 효과로 그룹의 이름을 한글로 개명한 경우가 많다. 런웨이는 활주로, 코리아 스톤스는 고인돌, 휘버스는 열기들, 블루 드래곤스는 청룡 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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