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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스 아티스트 – ’78 mbc 제2회 대학가요제 – 럭키 오성 기획/유니버어살(UKL 0019), 19781001

 

 

1970년대를 넘어 대학을 넘어 혹은 송골매와 들국화의 선사시대

1977년 ‘mbc 제1회 대학가요제’의 성과는 대상의 차지한 “나 어떻게”의 절규, 그리고 그 후폭풍 격인 치기 어린 삼형제의 도발로 집대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클래식이 되어버린 “젊은 연인들”의 잔잔한 감동도 만만치 않았다. 이 말은 대학가요제를 바라보는 세간의 뜨악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대안적 감수성을 제시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말로도 바꿀 수 있다. ‘절반의 성공’은 다음 해인 1978년, 경쟁사인 TBC의 유사 상표(?) ‘해변가요제’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이렇듯 불과 1년이 경과했지만, 그 사이에 대학가요제, 정확히 말하면 ‘mbc 대학가요제’가 예고하는 대중음악의 기상도는 아주 많이 복잡해졌다.

물론 1978년도 대학가요제를 송골매의 전신인 활주로와 이들의 입상곡 “탈춤”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전년도 대학가요제가 샌드 페블즈와 산울림으로 대표되듯이… 블루스를 기조로 한 하드 록 사운드에 지극히 대학생다운 소재, 4·4조 4음보의 전통 율격(?)이 유장하게 이어지는 후렴구가 더해진 입상곡 “탈춤”은 이후 직업적 음악인 그룹으로 탈바꿈한 송골매 음악의 방향성을 예고하는 곡이었다. 송골매가 이후 1980년대 록 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이 음반이 활주로와 송골매로 기억되는 것이 그다지 무리는 아닐 듯싶다. 더구나 이미 이들은 당시 밤무대 사운드의 잔재를 털어 버리지 못한 다른 그룹 사운드와 차별되는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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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한 항공대 활주로(위)와 고려대 고인돌(아래). 송골매와 들국화의 선사시대

그렇지만 [78 mbc 제2회 대학가요제] 앨범을 활주로와 송골매로만 기억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복선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대상 수상곡인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나 대학가요제의 이단에서 트로트의 뉴 웨이브(?)로 거듭났던 “그때 그 사람”은 물론이고 나머지 곡들도, 처절했던 1975년 이후 대안적 감성은 어떤 형태로 분출되고 있었는지, 이러한 흐름이 1980년대 대중음악에서 어떻게 개화하는지 윤곽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다운 감수성을 1980년대 주류 대중음악계까지 끌고 간 활주로가 그 정점에 놓인다면, 타령조의 곡과 소울풀한 창법을 결합한 “돌고 돌아가는 길”(노사연), 청정무구의 세계를 가스펠 풍의 곡과 조화한 “달에게”(황은미·문채지), 싱어롱의 고전 “한마음”(고영선·임백천), 민중가요의 전조 같은 유장한 가곡풍의 “약속”(김종식·김용숙·이해종), 일상을 유쾌하게 포착한 “포장마차”(추웅성·허경호·이남희·임화라)가 그 언저리에 놓일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공동체 문화의 잔재를 미디어에 맞게 다듬어, 이를 1980년대 대중음악의 중심부로까지 끌고 가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만일 이것만으로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다면, 고인돌의 “날개”에 귀를 기울여 보자. 9인조의 거대 그룹 사운드에서, 송골매와 더불어 1980년대 록 씬을 양분한 들국화의 멤버 조덕환, 그와 음악적 동기동창생이라 할 수 있는 이영재의 이름을 발견하는 기쁨도 쏠쏠할 뿐 아니라 대학가요제의 ‘정형화된 대안적 감수성’과도 또 질을 달리하는 그들의 서정을 느낄 수 있다. 오르간과 플루트를 입힌 사운드는 캠퍼스 밴드들이 전범으로 삼은 딥 퍼플(Deep Purple) 류의 하드 록이 아니라,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에 친연성을 보이고 있다. 혼성 보컬의 지나친 명징함이 사운드의 몽환적 나른함과 배치되어, ‘프로그레시브 연주에 맞추어 가스펠을 부르는 듯’ 거슬리는 면이 있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사운드는 그야말로 ‘대안의 대안’이었다. 1980년대 중반 찾아온 언더그라운드의 화려한 시절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이 곡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한다면 물론 과잉 해석의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색이 대학이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1980년 최성원·이승희·이영재의 옴니버스 앨범으로 이어지면서, 낮은 포복을 지속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후 가요계의 틈새를 메운 면면들은 차치하더라도, 1980년대 록의 존재를 알린 두 대표 주자인 송골매와 들국화의 선사시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이 앨범은 발굴의 의미가 있다. 더구나 여기에서 1970년대가 어떤 방식으로 종언되는지 확인할 수까지 있다면야… 20030911 | 박애경 vivelavie@hanmail.net

수록곡
Side A
1.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대상) – 썰물(부산대)
2. 꿈을 찾아 날아라 (동상) – 유미랑, 박망래(군산개정간호교)
3. 그때 그 사람 – 심민경(명지대)
4. 그렇게 사랑할 거야 – 김유민, 이진형, 박혜령(서울여대)
5. 그대 있는 곳까지 – 쌍투스
6. 여윈 두 마음 – 최병일(청주대)
Side B
1. 백팔번뇌 – 최현군(대전실업전문교)
2. 하나가 된 철새 – 최미(대구보건전문교)
3. 영원한 추억 – 에루화(경남대)
4. 내 친구여 – 김선희, 이선희(제주간호전문교)
5. 젊은 태양 – 박광주, 최혜경(한양대)
6. 젊은 연인들 (1977년 은상 수상곡) – 민경식, 민병호, 정연택
Side C
1. 돌고 돌아가는 길 (금상) – 노사연(단국대)
2. 날개 (동상) – 고인돌(고려대)
3. 한마음 – 고영선, 임백천(홍익대)
4. 우산이 없네 – 메디칼 사운드(경북대 의대)
5. 달에게 – 황은미, 문채지(서울여대)
6. 나 어떻게 (1977년 대상 수상곡) – 샌드 페블즈
Side D
1. 탈춤 (은상) – 활주로(항공대)
2. 약속 (은상) – 김종식, 김용숙, 이해종(전남대)
3. 포장마차 – 추웅성, 허경호, 이남희, 임화라
4. 사랑이 깊으면 – 이경호(서울대), 박동우(연세대)
5. 밤비야 내려라 – 흰 고래(부산대)
6. 다시 올 여름 – 두 레이스(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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