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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 – 어이 하나 그대여/외로운 들꽃 – 지구(JLS 1202171), 19880501

 

 

‘송골매’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

송골매 8집 [어이 하나 그대여/외로운 들꽃](1988)은 (조용필과)위대한 탄생의 이건태(드럼), 부활의 이태윤(베이스) 등을 받아들여 멤버를 정비한 송골매 4기의 두 번째 음반이다. 사실 송골매 4기는 송골매의 역사 중 활주로의 연장선상에서 시작했던 송골매 1기, 배철수&구창모로 대표되는 전성기였던 송골매 2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시기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같은 라인업으로 발매되었던 7집 앨범에 비해 앨범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8집은 아쉽게도 송골매의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음반이다. 이것은 단순히 앨범의 퀄러티만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송골매 8집을 바라보는 키워드는 ‘송골매다움’이다.

활동을 시작한지 25년이 지난 지금 송골매를 반추해 보았을 때 떠오르는 것은 열정적이지만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하지만, 송골매에 열광했던 대중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컸던 것 같다. 송골매는 비교적 순탄했던 송골매 5집까지의 활동 이후 대중과의 거리가 서서히 멀어짐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혹은 음악적 다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송골매는 6집부터 본격적으로 외부 작곡가의 곡을 앨범에 수록한다. 하지만, 6집의 경우 김창남, 이정선 등의 곡이 수록되었지만, 함께 수록 된 배철수, 라원주의 곡은 송골매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끔 무제중심을 잡아주었다. 송골매 4기의 첫 앨범인 7집은 송골매하면 떠오르는 라원주, 이응수, 배철수등의 이름이 앨범 크레딧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8집에서는 이전까지 연주자로서의 비중이 컸던 이태윤, 이건태등 영입된 멤버들이 작곡한 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단순히 생각해도 참여한 작곡자가 바뀌었으니 이전 앨범과 비교해 송골매의 음악이 달라졌으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실상은 조금 더 복잡하다. 이태윤이 작곡한 앨범의 머릿곡인 “어이하나 그대여”는 당시 서양에서 유행하던 뉴웨이브의 영향이 느껴지는 곡이다. 마치 왬(Wham!)을 연상시키는 상큼함은 결코 송골매와 어울릴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 외에 이태윤이 작곡한 “외로운 들꽃”은 평범한 발라드 곡일 뿐이고, “잊을 날 있겠지”는 팝의 영향이 느껴지는 순화된 훵키 곡이다. 이건태가 만든 하드 록 풍의 “떠나버린 사랑의 노래”나 과거 4막5장의 앨범에 수록되기도 했던 “고추잠자리”에서는 신서사이저가 전면에 나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송골매의 음악과 새로운 악기의 도입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 할 수 있었던 이 시도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활주로 1집의 “탈”과 송골매 8집에 재편곡 되어 실린 “탈”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캠퍼스 그룹의 앨범치고는 이례적으로 (치기 어린다고도 볼 수도 있는) 10분이 넘는 대곡 스타일의 곡이다. 밴드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이전인 탓에 연주나 곡의 구성 등에서 미흡함이 엿보이긴 하지만, 한국적인 가사와 서양의 하드 록을 결합해보려는 실험적인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하지만 재편곡된 후자의 5분 짜리 “탈”은 비록 전문적인 연주인들이 매끈하게 연주했지만 10년 전의 신선함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앨범이 방향을 잃고 있을 때 중심 축이 되어야 할 배철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물론 배철수는 8집에 5곡의 자작곡을 수록했지만, “탈”을 빼면 우리가 기대하는 송골매 특유의 하드하면서 국악의 영향이 느껴지는 로킹한 곡을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배철수표 발라드는 송골매의 또 다른 맛이었지만, 배철수의 발라드 곡이 결코 송골매의 주가 될 수 없지 않는가?

송골매의 8집은 새로운 악기를 도입하고,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음반이다. 이것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가야 한다는 떠밀림 때문이었는지, 멤버들의 자의적인 음악적 실험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시도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물론 수록된 곡들 중 일부는 소녀 팬들의 사랑을 받았을 수 있었겠지만, 화학적인 결합 없이 단지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와중에 송골매는 방향을 상실했다. 만약 송골매가 시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고수했다면, 예전처럼 가요톱텐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힘들었겠지만 최소한 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물론 매너리즘에 빠져 자구책을 찾고 있던 송골매 멤버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대중 음악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필자만의 바람일 지도 모르지만… 20030925 | 이성식 landtmann@empal.com

5/10

수록곡
Side A
1. 어이 하나 그대여
2. 나의 모습
3. 떠나버린 사랑의 노래
4. 사랑은 모두 다 그렇게
5. 고추잠자리
Side B
1. 잊을 날 있겠지
2. 외로운 들꽃
3. 헤어짐
4. 뒤돌아보기(회상)
5. 탈
6. 날 그냥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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