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5071535-0517krock_blacktetra1st

블랙 테트라(열대어) – 창을 열어라/젊은 태양 – 유니버어살(K Apple 870), 19790120

 

 

열대어, 연포 해변에서 금상을 타고 강나루를 건너다

1977년 ‘mbc 제1회 대학가요제’와 1978년 ‘TBC 해변가요제’는 대학가요와 캠퍼스 그룹 사운드 열풍을 촉발했다. 방송국과 음반사에서 이들 대학생의 스타성을 감지하고 손길을 뻗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솔로나 듀엣을 제외하더라도, 서울대 농대 그룹 사운드 샌드 페블스(1977년 대학가요제 대상), 항공대 그룹 사운드 활주로(1978년 해변가요제 인기상, 대학가요제 은상), 홍익대 그룹 사운드 블랙 테트라(1978년 해변가요제 우수상)가 모두 1979년 독집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당시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급부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블랙 테트라(열대어)의 데뷔 앨범 [창을 열어라/젊은 태양](1979)이다. 이 음반은 블랙 테트라가 1978년 해변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은 지 불과 반 년 남짓만에 나왔다. 급하게 만들어진 셈이다. 게다가 음반사 측의 횡포로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급조되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음반에 담긴 연주는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고, 거의 대부분 자작곡으로 꾸며서 창작력 또한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해변가요제 입상이 음반 취입의 행운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이미 창작과 연주에 있어 어느 정도 ‘준비된 그룹’이었던 것이다.

1978년 ‘TBC 해변가요제’ 입상곡이자 이들의 출세작인 “구름과 나”가 재녹음되어 실려 있으니 그것부터 들어보자. 여기 실린 “구름과 나”는 해변가요제 버전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장중한 해먼드 오르간 풍 키보드 연주가 깔리다 맛깔스런 김정선의 기타 연주가 리드하는 전채(前菜)는 ‘귀맛’을 북돋게 하고, “라라라라라~” 하는 ‘대학가요 표’ 가창에 이어 낙관적으로 ‘달려가는’ 구창모의 노래는 깔끔하며, 리드미컬하게 채색하는 악기 연주 역시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구름과 나”에 힌트처럼 담겨 있는 블랙 테트라의 음악 세계는 다른 곡들을 통해 좀더 분명히 드러나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리드미컬하고 상큼한 록 사운드이다. 대표인 예에 해당하는, “구름과 나”의 속편 격인 청춘예찬 곡 “창을 열어라”와 “젊은 태양”이 각각 LP의 A면과 B면을 열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창을 열어라”는 1980년대 조용필의 성인취향 노래와 흡사한 고색창연한 도입부가 좀 뜻밖일 뿐, 무게중심은 이후 펼쳐지는 흥겹고 상큼한 노래와 연주다. 구창모의 노래는 맑고 높게 솟구치고, 김정선의 기타와 김국현의 베이스는 리드미컬하게 리프를 짚어나가며, 이계형의 키보드는 간주에서 어지럽게 애드립을 엮어간다. “젊은 태양” 역시 그루브감을 한껏 고양시키는 곡이다. 특히 슬래핑(slapping) 주법을 응용한 베이스 기타나 끊어치면서 추임새를 잊지 않는 일렉트릭 기타는 사랑과 평화와는 또 다른 색깔의 훵키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음반에는 블랙 테트라 특유의 훵키한 록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강나루 건너”의 경우에도 노래는 평이하지만, 베이스 솔로로 과감하게 시작하는 도입부나 시종 훵키하게 전개되는 버스-코러스 부분은 편곡과 연주의 힘을 느끼게 한다(재래적인 음색과 프레이즈를 들려주는 간주 부분의 키보드는 좀 귀에 거슬리지만). 이들의 그룹 송에 해당할 연주곡 “열대어” 역시 ‘평범한 멜로디의 경음악’을 넘어서게 하는 요소는 훵키한 연주이다. 블랙 테트라 식 훵크 록 사운드는 가요에서 (노래 듣는 재미 못지 않게) 연주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물론 음반에는 다른 성향의 곡들도 실려 있다. 발랄한 “어여쁜 아가씨”는 1960-70년대 중창단들이 부르던 도회적 노래를 캠퍼스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듯한 곡이며, “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는 영 사운드의 악곡과 활주로의 메시지가 결합한 듯한 곡이다. A면과 B면의 마지막에 실린 커버곡들은 좀 예외적이다. 이승재가 불러서 히트한 “눈동자”(지웅 작사, 김희갑 작곡)는 고고 파티(혹은 나이트 클럽)의 ‘부루스 타임’에 어울리는 분위기라면(이승재는 구창모의 사촌형이다), 밥 웰치(Bob Welch)의 “Ebony Eyes”(1977)를 번안한 “그대 검은 눈동자”는 퍼즈와 플렌저를 이용한 김정선의 기타가 리드하는 그룹다운 편곡으로 고고 파티의 절정에 연주하면 어울리는 분위기이다.

[창을 열어라/젊은 태양]은 건전하고 상큼 발랄한 노래, 훵크와 록을 결합한 사운드로 요약되는 블랙 테트라의 음악세계를 처음으로 선보인 음반이다. 능숙한 연주나 정돈된 음악과는 거리가 있지만, 아마추어 캠퍼스 그룹이 열악한 상황에서 취입한 첫 앨범치고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아마추어 캠퍼스 그룹이 이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던 건 팔방미인 격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해낸 구창모의 보컬과 고상록의 송라이팅, 그루브한 연주의 중심을 잡아준 김국현의 베이스가 어우러진 결과다. 하지만 이태원 기지촌 클럽에서 프로 뮤지션 경력을 가진 적 있는 김정선(기타)과 오승동(드럼)의 역할이 결정적인 듯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블랙 테트라는 ‘순수 홍익대생들의 아마추어 캠퍼스 그룹’이 아니었다. 단국대 출신이며 기지촌 클럽의 그룹 출신인 기타잽이 김정선을 영입해 해변가요제에 출전해 입상했고, 역시 기지촌 클럽의 그룹 출신인 드러머 오승동을 영입해 데뷔 앨범을 발표했으며, 중앙대생이며 일반 그룹 출신인 권오승(키보드, 보컬)을 영입해 2집을 녹음했다. 사막오장을 거쳐, 송골매로 헤쳐 모이는 과정도 캠퍼스 그룹의 프로 진출로 단순화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창을 열어라/젊은 태양]은 홍익대 그룹 블랙 테트라의 기념 음반이자 데뷔작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다. 어쩌면 이후 사막오장과 송골매로 이어지는 프로의 과정은 이 음반에 예비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블랙 테트라 멤버들이 이때 인식했든 아니든, 이들은 이미 프로페셔널로 가는 ‘강나루 건너’로 넘어간 것이다. 20030924 | 이용우 garuda_in_thom@hotmail.com

<참고>
1. 이 음반에 참여한 라인업은 구창모(보컬), 김정선(기타), 박현우(기타), 김국현(베이스), 오승동(드럼), 이계형(오르간)이다. 해변가요제 참가한 블랙 테트라 2기 라인업에서 드러머가 임현순에서 오승동으로 바뀌었다. 이중 홍익대생은 구창모, 김국현, 이계형 뿐이다. 2집은 박현우와 이계형이 마저 빠지고, 권오승(키보드, 보컬)이 합류하여 녹음한 것이다.
2. “창을 열어라”, “젊은 태양”, “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는 2집에 재녹음되어 실렸다.
3. “강나루 건너”와 “오 강산이여”는 구창모가 만든 곡이고 “열대어”는 김국현이 만든 곡이다. 이 곡들과 커버 곡 두 곡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곡은 고상록이 만든 곡이다. 고상록은 블랙 테트라 3집 [Black Tetra III(젊음아 사랑아/하얀 눈빛으로/심메마니)](지구, 1980)에서 수록곡 전곡을 작곡하고 보컬을 맡은 인물이다. 3집에 실린 “심메마니”는 블랙 테트라 3기가 출전한 ‘1979 TBC 젊은이의 가요제'(‘해변가요제’의 후신)에서 인기상과 작곡상을 받은 곡이다.

수록곡
Side 1
1. 창을 열어라
2. 어여쁜 아가씨
3. 강나루 건너
4. 구름과 나
5. 눈동자
Side 2
1. 젊은 태양
2. 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
3. 열대어
4. 오 강산이여
5. 그대 검은 눈동자

관련 글
‘해변가요제’ 4반세기를 기념하며… – vol.5/no.17 [20030901]
김창완과 배철수 – vol.5/no.21 [20031101]

DJ 철수, ‘젊음의 우상’ 시절의 세상만사: 배철수와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의 프론트맨, 영광과 좌절의 기억들: 구창모와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의 날카로운 부리였던 기타잽이의 회한: 김정선과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파’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펼치다: 이응수와의 인터뷰(1) – vol.5/no.17 [20030901]
‘송골매파’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펼치다: 이응수와의 인터뷰(2)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제1회 ’77 mbc 대학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동양방송 주최 제1회 해변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제2회 ’78 mbc 대학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활주로(Runway) [처음부터 사랑했네/탈춤]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1집 [산꼭대기 올라가/오늘따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2집 [어쩌다 마주친 그대/하다 못해 이 가슴을]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3집 [처음 본 순간/한줄기 빛]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4집 [난 정말 모르겠네/사랑하고 싶어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5집 [하늘나라 우리 님/찬란한 순간]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6집 [오해/마음의 등불]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7집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새가 되어 날으리]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8집 [어이 하나 그대여/외로운 들꽃]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9집 [모여라/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리뷰 – vol.5/no.17 [20030901]
블랙 테트라(열대어) 1집 [창을 열어라/젊은 태양] 리뷰 – vol.5/no.17 [20030901]
블랙 테트라(열대어) 2집 [내 마음의 꽃/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4막 5장 [고추 잠자리/마음 때문에] 리뷰 – vol.5/no.17 [20030901]
장끼들 [별/첫사랑] 리뷰 – vol.5/no.13 [20030701]

관련 사이트
송골매 공식 사이트
http://www.songol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