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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 특급열차/우리 강산 – 서라벌(SR 0148), 19790415(재발매: 지구, 1998)

 

 

산울림 서정의 시작, 미완의 모음집

산울림의 4집은 이전의 작품들과 비슷하게 5개월만에 나온 작품이다. 그렇다면 관심사는 이 앨범이 전작들과 비교해 우등 혹은 비등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 만약 전체적으로 수록곡들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는 이 앨범이 그간 발표했던 영화, 연극에 사용된 음악, 혹은 TV 및 라디오의 드라마 같은 방송에 사용되었던 음악을 모아 낸 것이기 때문이다.

“특급 열차(속에서)”와 “카멜레온”은 연극 음악(전자는 추송웅의 연극, 후자는 [제2의 관계])으로 사용된 곡이라도 하고, “유리인형”, “어디로 갈까”, “내일 또 내일”, “바람 부는 강 언덕”은 영화 [내일 또 내일](감독 임권택)의 삽입곡이다. TV 및 라디오의 드라마에서 사용된 곡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TBC 라디오 드라마), “풋내기들의 합창”(KBS 라디오 드라마), “가을에 오시나요”(TBC 라디오 드라마)를 비롯해, “거인의 숲”(MBC TV 어린이 드라마 주제가)이다.

하지만 이런 모음집이라는 형식 자체가 ‘좋다/나쁘다’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음악들에 산울림의 색깔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전반적으로 산울림의 음악적 성숙을 보여주는 앨범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강산”의 훵키한 디스코 사운드는 이들이 처음 도전한(물론 잠시 안착한) 영역으로 보이는데, 김창훈이 특히 베이스의 단조로움을 탈피할 방법을 찾다가 모색한 영역이었다고 하니 이를 주시하며 들어도 좋으리라. 물론 지금 들으면 다소 조악하게 다가오지만, 통통거리고 뿅뿅거리는 사운드는 재미를 부가시켜 준다(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차트 1위까지 올라갔던 곡이라 한다). “내일 또 내일”의 경우에는 헤비 메탈에 가까운 사운드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초반의 하드한 사운드에 이어, 퍼즈 톤의 기타와 부드러운 김창완의 보컬부가 급작스럽게 시작되고 종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카멜레온”은 (메탈 식의?) 내지르는 보컬이 들리는데 이는 낮게 내뱉는 이야기 식 보컬이 교차되며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위악적으로 내지르는 보컬은 예의 김창훈의 보컬이 들어간 “특급열차”에서도 나타난다.

또 한 가지는 김창익의 작곡을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반이라는 점이다(이 외에 김창익 작곡은 9집의 “길엔 사람도 많네” 정도다). “풋내기들의 합창”은 오르간과 퍼즈 톤의 기타가 주는 기존 산울림의 세계를 드러내준다.

반면, 어린이 드라마 주제곡인 “거인의 숲”은 동요 스타일의 곡으로 그 즈음 발표된 동요 세계와도 접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회한적이고 우울한 목소리가 읊조리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나 “가을에 오시나요”, “여운”,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구성된 “그리움” 등은 서정적이고 세련된 발라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음반에 대한 평가를 컴필레이션 성격의 음반들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오류를 지적하는 관점에서 한다면, 이 음반 역시 이전 앨범들에 비해 수록곡 사이의 긴장감과 유기성이 떨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3집까지 보여주었던 원초적 추동력과 상상력이 상실되었다는 인상도 가질 수도 있다. 악기의 운용 부분을 일례로 들어도, 대부분의 건반 악기 사운드는 3집까지 들리던 (싸이키델릭한?) 오르간의 매력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당사자의 말대로 몇 개월마다 음반을 쏟아내던 열정이 곧 피곤을 낳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음집은 유기성이 떨어진다’는 관점을 벗어나면 이 음반에 대한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1집에서 3집까지를 ‘데모 테이프 3부작’이라고 한다면 이 앨범은 산울림의 ‘바로 그 때’의 음악적 성향을 담은 작품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잔잔한 서정의 세계’이다(그 징조는 이 앨범에 조금 앞서 대히트를 기록한 “빨간 풍선”에서도 나타났다). 차분하고 내향적인 ‘서정’이 이 앨범의 키워드가 되면, 그것이 앨범의 일관된 흐름을 형성한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면 이 앨범은 들뜬 흥분보다 차분히 가라앉은 내적 서정이 돋보이는(바로 산울림 음악의 중요한 일부를 형성하는) 작품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20031007 | 최지선 soundscape@empal.com

6/10

수록곡
Side A
1. 특급열차(속에서)
2.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3. 풋내기들의 합창
4. 가을에 오시나요
5. 거인의 숲
6. 그리움
7. 유리 인형(경음악)
Side B
1. 우리 강산
2. 여운
3. 카멜레온
4. 어디로 갈까
5. 내일 또 내일
6. 바람 부는 강 언덕(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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