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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 새야 날아/내게 사랑은 너무 써 – 대성음반(DAS 0024), 19820325

 

 

애증의 기로에서 서성이다

비틀스(The Beatles)를 알기 전에 “Yesterday”를 알았다. 산울림을 모르고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들었다. 고로 이 두 밴드를 동일하게 보고 각각의 노래를 원흉으로 생각한다면 논지는 간단하다. 산울림의 여덟 번째 음반 [새야 날아/내게 사랑은 너무 써](1982)가 산울림을 유화시키면서 동시에 코뚜레를 만들어주었다면, 청자는 그들을 띄엄띄엄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아직 전 어리거든요”라고 변명하지 말지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울림이 이 앨범을 어찌 생각하던, 팬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든지, 여기에는 강하지는 않지만 여전한 울림이 고동친다. 더불어 유독 다른 작품에 비하여 크로스오버적인 느낌으로 향유된다는 것은 곧 애증의 발로로 설정될 수 있다. 이는 연주되는 음악에서, 창법으로도, 이후의 평가, 기타 다른 앨범들과의 비교에서도 그러하다. 가령 “새야 날아”는 1970년대 캠퍼스 밴드의 풋풋함에 노쇠함이 섞여있고 “그럴 수도 있겠지”의 뒷마디마다 반복되는 ‘꺾기’ 창법은 트로트와 록의 기묘한 결합이며 “돌아오려무나”의 민요적 공기는 “떠나간 사람아, 이제 그만 돌아서려무나”라는 가사만큼이나 경솔하다. 결정적으로 “회상”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에게 전범이 되었다. 그저 상황의 아이러니라고 여길 수밖에.

마치 계륵(鷄肋)처럼, 홍키통크 풍 도입부로 탄력 있는 연주가 펼쳐지는 “누가 그랬었나요”와 서프 느낌을 전해주는 흥겨운 로큰롤 “지금은 잘 생각나질 않네”, 베이스 연주가 다채롭고 두드러지게 들리면서 즉흥 연주처럼 어우러지는 기타와 보컬의 외침이 조화로운 “사랑하니까” 등의 곡만으로는 살(flesh)의 엷음을 채우기가 어렵거니와 어색하다. 게다가 산울림 음악의 정점 중 하나는 간주 연주에서 드러나는 부조화와 파격일진대, 비록 거의 모든 곡에서, 무엇보다 “돌아오려무나”에서는 타령조 노래 사이에 순간 싸이키델릭한 연주가 약 1분 가량 풀어헤쳐진다 하더라도, 연주 길이를 의식한 듯 반복과 점층으로 가열되던 분위기를 이내 끝마치고 외면해 버릴 때면 ‘사랑’이 ‘증오’로 바뀔 수도 있다는 각오를 했을 터. 물론 역명제도 가능하다.

이러한 즉슨, 모든 장단점을 내재한 “지나간 이야기”에서 방점을 찍으리란 예상은 충분하니, 그리하여 그렇게 그칠 것만 같았던 그 모습에서는 어느덧 그리움이 그리워져 그렁거린다. 그것은 아마도 그네를 타는 이와 그네를 미는 이간에 그어진 구획 마냥, 그때마다 그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그라운드에 그악함이 오고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런가. 20031107 | 이주신 youhadbeenredsometime@hotmail.com

6/10

수록곡
Side A
1. 새야 날아
2. 그럴 수도 있겠지
3. 누가 그랬었나요
4. 오늘 같이 이상한 날
5. 지금은 잘 생각나질 않네
Side B
1. 내게 사랑은 너무 써
2. 회상
3. 돌아오려무나
4. 사랑하니까
5. 지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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