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Ward – Transfiguration of Vincent – Merge/Pastel Music(수입), 2003 신선한 루츠의 향취 고백컨대, 나는 올해 3월에 출시된 앨범 [Transfiguration of Vincent]의 존재를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내가 신보 따라잡는 데 굼떠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앨범의 주인공이 그만큼 무명에 가까운 뮤지션인데다 음악마저 촌티를 물씬 풍기고 있다는 점도 변명 삼아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앨범을 한 번 들었을 때 나는 안도의 탄식을 내뱉었다. 이토록 정겨운 앨범을 놓치는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엠 워드(M. Ward, 본명 Matt Ward)는 포틀랜드(Portland) 출신으로서 포크 트리오 로드리게츠(Rodriguez)로부터 솔로로 독립한 싱어송라이터이다. 솔로 데뷔 이후 그는 얼트 컨트리(alt. country)계의 대선배인 자이언트 샌드(Giant Sand)의 리더 호우 겔브(Howe Gelb)의 도움을 받아 데뷔 앨범 [Duets for Guitars #2](2000)를 발표하였고, 이듬해에 두 번째 앨범 [End of Amnesia]를 내놓으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정도의 이력이라면 별로 관심을 끌만한 것이 못되지만,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좀 더 뜯어보니 동향 출신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와의 친분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면서 그랜대디(Grandaddy)의 멤버들과 같이 작업을 했고 브라이트 아이스(Bright Eyes)와 투어를 다녔다는 등 솔깃한 사실들이 발견된다. 전작인 [End of Amnesia]가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정통 컨트리-포크 스타일에 가까웠던 데 비해 신작 [Transfiguration of Vincent]에서는 일렉트릭 기타와 록 비트를 대폭 활용하는 등 보다 다채로운 사운드의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엠 워드는 싱어송라이터답게 작사, 작곡, 노래뿐만 아니라 기타, 피아노, 하모니카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먼저, 엠 워드의 보컬은 세파에 오염되지 않은 소년의 미성처럼 속삭이다가도 저음의 걸걸한 허스키 보이스로 침잠한다. 말하자면, 그의 감성적이고 연약한 목소리는 닉 드레이크(Nick Drake), 론 섹스미쓰(Ron Sexsmith),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 등을 떠올리게 하다가 갑자기 탐 웨이츠(Tom Waits)를 흉내내듯 다소 혼란스럽게 변하고 있다. 다채로운 리듬과 무드를 선보이긴 하지만, 앨범은 전반적으로 포크, 컨트리, 블루그래스 등 진득한 루츠 음악에 기울어져 있다.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되는 “Undertaker”, “Involuntary”, “Dead Man” 등은 서정적인 포크 송이며 “A Voice at the End of the Line”와 같은 컨트리 발라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 스탠더드 재즈풍의 “Poor Boy, Minor Key” 역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가 스윙 무드로 협연하다가 거칠고 블루지한 일렉트릭 기타로 마무리되는 끈적끈적한 곡이다. 반면, “Helicopter”처럼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며 2박자의 빠르고 노골적인 컨트리 리듬으로 ‘쿵짝’거리기도 한다. 이 정도의 노련한 감성이라면 당장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내슈빌(Nashville)의 어느 바에 들어앉아도 될 법하다. 그러나 제목에 등장하는 ‘변형(transfiguration)’이란 말이 함축하고 있듯이 기타의 질감과 사운드 스타일은 갑자기 시골의 살롱 무드를 이탈한다. 녹음 작업에 그랜대디의 제이슨 라이틀(Jason Lytle)이 참여해서인지 캐치한 팝 훅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로킹한 트랙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거친 기타 톤을 함유한 곡인 “Vincent O’Brien”의 경우 윌코(Wilco)와 그랜대디를 섞어 놓은 듯한 경쾌한 로큰롤 넘버이며, “Outta My Head” 역시 벨 앤 세바스찬을 연상시키는 어쿠스틱 기타 백킹 라인에 발랄한 멜로디를 싣고 있다. 마지막으로, 앨범의 유일한 커버 곡인 “Let’s Dance”의 원곡은 다름 아닌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신쓰 팝 넘버인데, 처음 들으면 거의 원곡을 연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서정적인 포크송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데이빗 보위의 보컬과 경쾌한 댄스 비트는 내향적인 음유와 소박한 단조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대체되어 색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온갖 현란하고 혁신적인 사운드들로 넘쳐나는 인디 록 씬에서 이렇게 소박하고 진지한 감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신선한 자극이다. 플란넬 셔츠와 야구 모자 차림으로 하모니카를 부는 젊은 컨트리 싱어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그리고 때늦은 호들갑일지 모르지만, 진득한 루츠의 정감과 귀에 쏙쏙 박히는 상큼한 로큰롤을 겸비한 이 앨범은 올해 얼트 컨트리 씬이 거둬들인 최고의 수확 중 하나일 것이다. 20030831 | 장육 evol62@hanmail.net 9/10 수록곡 1. Transfiguration #1 2. Vincent O’Brien 3. Sad, Sad Song 4. Undertaker 5. Duet for Guitars #3 6. Outta My Head 7. Involuntary 8. Helicopter 9. Poor Boy, Minor Key 10. Fool Says 11. Get to the Table on Time 12. A Voice at the End of the Line 13. Dead Man 14. Let’s Dance 15. Transfiguration #2 관련 사이트 Merge Records의 M. Ward 페이지 http://www.mergerecords.com/bands/mward/bio.html M. Ward 팬 사이트 http://www.onehundredangels.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