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08011136-yesNYVarious Artists – Yes New York – Wolfgang Modern/Vice Records/Atlantic, 2003

 

 

From local to cosmopolitan: the modern spin of rock in NYC

현재 미국의 인디 록은 디트로이트 네오 거라지 록(neo garage rock) 씬과 뉴욕 씬을 두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2001년을 휩쓴 스트록스(The Strokes)의 [Is This It] 이후 이듬해 인터폴(Interpol)이라는 걸출한 루키까지 배출한 뉴욕 씬은 21세기 록 음악의 첫 중흥을 목도하듯이 흥분감에 사로잡혀 있다. 음반사와 저널리즘의 판짜기 의도가 개입되어 있긴 해도 실력 있는 밴드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볼 때 전혀 근거 없는 호들갑은 아닌 듯싶다. 자! 여기 뉴욕 씬의 현재 모습을 담은 편집음반 [Yes New York]이 있다.

제목을 보고 감이 오겠지만, 이 앨범은 1970년대 말 뉴욕 노 웨이브(No Wave) 계열의 4인방을 소개한 컴필레이션 앨범 [No New York](1978)에 대한 2000년대 초 뉴욕 인디 록 씬의 화답이다. 제니 엘리스쿠(Jenny Eliscu)가 라이너 노트에 쓰고 있듯이, 텔레비젼(Television)이나 토킹 헤즈(Talking Heads)가 클럽 CBGB(Country, Blue Grass and Blues)에서 광기 어린 공연을 펼치고 있을 때 이들은 어린 아이였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앨범 판매를 통한 수익금을 ‘Musicians On Call(MOC: 환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니 음악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뜻 깊은 선의도 갖춘 앨범인 것만은 사실이다.

일단 참여 밴드의 면면을 훑어보면 상당히 알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터폴, 라디오 4(Radio 4), 워크멘(The Walkmen), 내츄럴 히스토리(The Natural History) 등 소위 뜬 밴드들은 물론이거니와 테드 레오 앤드 퍼머시스트(Ted Leo/Pharmacists), 캘러(Calla)와 같이 1990년대 초반부터 인디 씬에서 잔뼈가 굵은 관록의 밴드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유니타드(Unitard)라고 적혀있는 생소한 이름은 다름 아닌 예예예스(Yeah Yeah Yeahs)의 프로젝트 밴드인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치명적인 단점은 제작 의도가 야심찬 데 비해 새로 만든 싱글이나 미발표된 희귀작들이 없어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며, 몇몇 평자들의 혹평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동의하지는 않지만, [fakejazz]는 12점 만점에 2점을 주면서 자선 앨범인 점에 보너스 점수를 줬다고 잔인하게(?) 쓰고 있다).

또 복고지향 외에 일관된 흐름이 없는(그야말로 no wave인) 뉴욕 씬의 혼란스런 양상을 대변하듯 구성이 다소 중구난방이다. 즉 이 앨범은 포크와 컨트리 록 등 진득한 루츠 계열에서 덥(dub), 훵크(funk), 포스트 펑크(post-punk), 일렉트로니카까지 대단히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져 있다. 먼저, 전반부에 포진된 곡들은 저마다 경쾌한 리듬과 비트를 가진 로큰롤 넘버들인데, 라디오 4의 “Save Your City”로부터 훵키하게 끊어치는 기타 스크래치와 댄서블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로저스 시스터스(The Rogers Sisters)의 “Zero Point”, 정교한 퍼커션 연주와 빠른 비트로 휘몰아치는 테드 레오 앤드 퍼머시스트의 “Ballad Of The Sin Eater”, 마치 우리의 관광버스 뽕짝 리듬 같은 레이디핑거스(Ladyfingers)의 “Fever”까지 댄스 파티에 도취된 뉴욕시의 모습처럼 흔들어 제친다. 한편, 보다 기계적인 그루브를 지향하는 트랙들도 있다. 랩쳐(The Rapture)의 “Olio”는 둔탁한 덥 베이스 음과 차분한 건반 연주가 뒤섞이는 세련된 일렉트로니카 넘버이며, 르 띠그르(Le Tigre)의 디스코 “Deceptacon (dfa Mix)” 역시 노골적인 댄스 비트를 뿜어내고 있다. 그런데 온갖 전위적인 음악과 첨단예술이 번성한 메트로폴리스에도 루츠 음악의 향취가 공존하고 있는가 보다. 롱웨이브(Longwave)의 “Next Plateau”는 격렬한 댄스 비트와 세련된 아트 펑크 넘버들 사이에서 의외로 소박한 포크 발라드를 들려주며, 위트니시스(The Witnessess)의 “Should Not Have To Ask”는 소울풀한 혼성 보컬과 결합된 컨트리 록 넘버이다.

한편, 이 앨범에는 비교적 잘 알려진 워크멘과 내츄럴 히스토리의 싱글도 포함되어 있으며 인터폴의 “NYC”는 히트 곡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런 곡들은 흔한 만큼 가치가 없다. 스트록스의 라이브 버전 “New York City Cops”나 자신들의 곡인 “Our Time”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유니타드의 “Year To Be Hated”도 정규 앨범 버전에 비해 색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재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가장 빛을 발하는 트랙은 시크릿 머쉰즈(Secret Machines)의 “What Used To Be French”이다. 이 곡은 6분 30초의 러닝 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긴장감 있는 곡 구성과 실험적인 연주를 보유함으로써 뉴욕 아트 펑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만점자리 싱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1년 동안 록이 도대체 몇 번 되살아나는 것인가?”라고 비아냥거리는 [Alternative Press]지의 지적처럼 침체에 빠진 록 음악이 그렇게 간단히 부상한다고 믿는 것은 난센스이다. 록 음악 역사에서 뉴욕시만큼 결정적인 흐름이 형성된 곳도 없긴 하지만, 2000년대 신세대 뉴요커들에게서 일관된 스타일로 똘똘 뭉친 음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실제로 [Yes New York]은 디트로이트 씬의 거라지 록 밴드들을 불러모은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2001)에 비해 로컬 씬의 특색이 결여되어 있으며, [No New York]에서와 같은 배타적인 경향성도 발견되지 않는다. 뉴욕 씬의 현주소를 충실히 보고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지만, ‘No! New York’이라는 역설적인 선언에 비해 ‘Yes! New York’이라는 직설적인 긍정어법은 불투명하고 산만해 보인다. 이것은 어깨를 건 로컬(local)에서 두 팔을 벌린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으로 현대적 선회(spin)를 감행함에 있어 어느 정도 예견된 위험이기도 하다. 20030824 | 장육 evol62@hanmail.net

5/10

수록곡
1. The Strokes – New York City Cops (Live in Iceland )
2. Radio 4 – Save Your City
3. The Rogers Sisters – Zero Point
4. Ted Leo/Pharmacists – Ballad Of The Sin Eater
5. The Fever – Ladyfingers
6. Longwave – Next Plateau
7. Calla – Strangler
8. The Rapture – Olio
9. The Walkmen – Rue The Day
10. Interpol – NYC
11. The Natural History – The Right Hand
12. The Witnessess – Should Not Have To Ask
13. lcd soundsystem – Tired
14. Le Tigre – Deceptacon (dfa Mix)
15. Secret Machines – What Used To Be French
16. Unitard – Year To Be H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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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Vice Records의 앨범 소개: 앨범 라이너 노트, 참여 밴드들의 홈페이지 주소 등을 볼 수 있다.
http://www.vice-recordings.com/yes/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