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7085349-yoonband윤도현 밴드 – [YB] Stream – 서울음반, 2003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

윤도현 밴드의 여섯 번째 앨범 [YB Stream]은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은 음반의 주인공이 ‘떴다’는 말과 같은 뜻일 것이다. 이걸 뭐 새삼스럽게 말하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음반의 주인공은 충분히 성공했다. 물론 ‘윤도현 밴드’ 전체가 아니라 윤도현 밴드의 핵심인 윤도현이 뜬 것이겠지만… 그래서 이하에서도 이 음반의 주인공을 ‘그’라고 호칭하겠다.

이제 그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비공식 송가였던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면서 벼락 출세했다든가, 그 뒤 현대 캐피탈, 삼성 SDI, 하이트 프라임 맥주, 팬택 & 큐리텔 같은 굴지의 대기업 CF 모델이 되었다든가, 지상파 방송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에 이어 TV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다든가 하는 말들은 사족이 되어 버렸다. 하긴 10년에 가까운 경력을 가졌으면, “살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라는 어떤 노래의 가사가 현실이 될 때도 되었다.

그 와중에 윤도현은 ‘여중생 미군장갑차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촛불 시위 현장에도 동참하고 몇 달 전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반전을 외치는 집회에 동참하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서 2000년 초에 열린 그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 사건, 이른바 ‘오노 사건’에 항의하던 그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태극기를 머리에 두르고 ‘인종차별을 하지 말란 말야’라고 외쳤던 것 같다.

그의 음악 외적 활동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한 것은 그가 ‘이런저런 이야기들’ 속에 음악 활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즉, 2002년 여름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한편으로는 반미와 반전을 외치는 등 사회비판의 메신저의 모습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에 출연하는 모습이 있다. 앞의 모습이 ‘Fight or Die!’라면 뒤의 모습은 ‘Buy or Die!’다. 이 두 가지 모습은 원만히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 음반에 대한 평가와도 관련되어 있다. 거리의 프로파갠더로서의 모습과 잘 팔리는 연예인 스타라는 극명한 이미지 대립은 그의 갈팡질팡하는 음악 스타일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하드하고 로킹한 곡들이 있고 이 곡들에서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첫 트랙에 수록된 “꽃잎”은 거칠고 원초적이고 장쾌한 사운드를 6분이 넘게 내뿜으면서 ‘여중생 사망 사건’이라는 민감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인트로에 삽입된 대금 소리는 그의 록 음악이 ‘미국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적’이라는 점을 보증하고 있다. 이 곡 외에도 “YB 스토리”, “박하사탕 2”, “Who Am I”, “죽든지 말든지” 등이 강력하고 화끈하다. 물론 각 곡의 개성을 살리는 요소들이 있다. “YB 스토리”는 반항적인 젊은 시절에 대한 자전적 스토리인데,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의 스토리가 길고 곡절이 많은 만큼 보컬은 노래라기보다는 래핑에 가깝다. 리듬도 힙합 비트에 기대고 있다. 자작곡의 리메이크인 “박하사탕 2″에서는 아예 드렁큰 타이거에게 래핑을 위탁하여 분위기를 이끌고 나간다. 이라크전 파병을 풍자하는 메시지를 담은 “죽든지 말든지”에서는 이상의 요소들이 어지럽게 꼴라쥬되어 있다. 메탈 기타, 래핑, 스크래칭 등등… 이상이 ‘The Wild Side of YB’다.

한편 ‘The Soft Side of YB’도 발견할 수 있다. 피아노의 잔잔한 반주로 시작하는 “사랑할 거야”는 ‘아무리 록 음반이라도 발라드가 한 곡쯤은 있어야 한다’는 한국 음반업계의 불문율로 인해 불가피하게 삽입된 곡으로 보인다. 윤도현이 ‘별다른 히트곡 없이 성공했다’는 세간의 평을 인식한 소치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사랑 II”나 “너를 보내고 2″같은 그의 히트곡들이 모두 발라드라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자유”나 “잊을께”를 들어보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제까지 윤도현 밴드의 음반이나 공연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양식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자유”는 프로듀싱만 다시 하고 보컬을 다듬으면 댄스곡이라고 해도 좋을 곡이다. “옛날에는 다 벗고 살았대 / 그래서 모두 다 자유로왔대”로 시작하는 ‘어설픈 세태비판’도 대중가요 가사의 관행을 답습하는 것 이상은 아니다. 그리고 “잊을께”는 밴드의 멤버가 아닌 외부의 작곡가가 ‘모던 록'(‘발랄하고 쾌활한 스타일의 록 음악’)이라는 유행을 좇아서 만든 곡처럼 들린다.

이 두 측면(side)은 ‘시위에 참여한 윤도현’과 ‘CF에 나오는 윤도현’과 마찬가지로 보인다. 따라서 청자는 자신의 입맛, 아니 귀맛에 따라 둘 중 한 면을 들으면 될 일이다. 물론 앨범의 일관성을 기대하는 고전적 청취법을 가진 독자에게는 혼동스러울 것 같다. 어쨌거나 아직까지도 윤도현 밴드는 일관된 음악 양식을 정립하는데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이런 평가는 윤도현을 대중가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한국 록의 지킴이’, ‘시대적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격변하는 사회 그 한 가운데에 섰던 윤도현 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서 해본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이제 그의 ‘정글 스토리’가 이제 제 2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혹시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소개하면 [정글 스토리]란 1996년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의 제목이다. 한국에서 록 음악을 하겠다는 음악인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다(평단에서의 평은 후하지 않았지만, 음악인 지망생에게는 재미있을 테니 비디오라도 빌려보길 권한다). 이제는 주류 대중문화계의 상업주의의 정글에서 그가 어떤 스토리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런 이중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20030807 | 신현준 homey@orgio.net

5/10

수록곡
CD 1 :
1. 꽃잎
2. YB스토리
3. 사랑할거야
4. 자유
5. 박하사탕 (feat. 드렁큰 타이거)
6. Magical Dragon
7. 친구
8. Who Am I
9. 죽든지 말든지
10. 눈앞에서
11. 잊을께
12. Shout Asia (with Slank)
13. Magical Dragon (Sundance mix)

CD 2 :
1. 오! 통일코리아 (윤밴 일본공연 로드다큐)
2. The ‘YB’ (6집 making film) – interview & report
3. 윤밴 스틸 모음 (B.G 사랑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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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윤도현 밴드 공식 사이트
http://www.yoonb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