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mbies – The Decca Stereo Anthology – Big Beat, 2002 예술과 기술의 행복한 만남 [The Decca Stereo Anthology]는 1964-1966년에 이르는 좀비스(The Zombies)의 데카(Decca) 시절 작품들을 새롭게 스테레오로 믹스한 모음집이다.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1954년경부터 스테레오 음반이 발매되기 시작했지만 팝 분야에서는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모노 음반이 주된 관행으로 성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좀비스의 초창기 작품들인 이 시기 레퍼토리는 모두 다 모노 녹음을 오리지널로 하고 있다. 이 중 일부의 곡은 1969년과 1970년에 한 차례씩 스테레오 리믹스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한마디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엉터리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의 기술로 17곡의 리믹스를 단 하루만에 끝냈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2002년에 발매된 [The Decca Stereo Anthology]는 스테레오의 입체감을 부여하면서도 오리지널 모노 믹스의 사운드를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공을 들인 음반이다. 이 앨범에 참여한 기술진들은 오리지널 버전의 오버 더빙과 이퀄라이저 레벨 등을 일일이 참조하고 곡의 특성에 따라 믹싱 방법을 바꿔가면서 최적의 사운드를 뽑아내는데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모노 버전의 풍부한 리버브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각 악기의 소리가 뚜렷이 구별되는 매우 신뢰할 만한 사운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물론 [The Decca Stereo Anthology]의 가치가 단지 기술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 앨범이 담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브리티쉬 인베이전 팝인 것이다. 좀비스는 역사상 가장 과소평가된 그룹 중 하나다. 비록 세 개의 미국 차트 톱 10 히트곡이 있지만 이들의 탁월한 역량에 비춰볼 때 이는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음악적인 면에서 이들은 비틀즈(The Beatles)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당대 최고의 작품들을 생산해냈다. 그러나 연이은 상업적 실패는 이들이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점점 더 축소해만 갔다. 이들이 마지막 앨범인 1968년작 [Odessey & Oracle]을 녹음할 당시 오케스트라를 동원할 돈이 없어 멜로트론으로 대체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에 속한다(당시에는 오케스트라를 사용하는 것이 큰 유행이었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오케스트라를 동원할 수 있었다). 이들도 처음 출발만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1964년에 발표된 데뷔 싱글 “She’s Not There”는 하루 아침에 이들을 브리티쉬 인베이전의 선두주자로 부상시켰고 이듬해에 발표된 “Tell Her No”는 이들의 승승장구하는 이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가도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밴드의 해산 후 발표된 싱글 “Time Of The Season”이 뒤늦게 히트 차트에 오를 때까지 대중은 이상하리만치 이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로드 아전트(Rod Argent)의 천재적인 송라이팅과 키보드 중심의 개성있는 사운드로 무장한 좀비스의 음악은 브리티쉬 인베이전 시기의 가장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것이었다. 동시대의 그룹들이 유행 사조인 R&B와 팝에만 전적으로 몰두하고 있던 시절 클래식과 재즈의 영향을 흡수한 이들의 음악은 당시의 일반적 음악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음악에서 흔히 발견되는 장음계와 단음계의 혼용이나 싱코페이션의 잦은 활용 등은 당시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결코 고난도의 테크닉만을 뽐내는 현학적이고 과시적인 밴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좀비스는 기본적으로 빼어난 멜로디를 앞세운 팝 그룹이었다. 이들이 사용한 음악적 기법들은 언제나 선율에 철저히 종속되어 곡의 음악적 효과를 증대시키는데만 기여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어려운’ 음악은 듣기에 하나도 어렵지 않다. 유려하고 감각적인 팝 선율에 깔끔하고 세련된 재즈 터치가 가미된 “She’s Not There”, “Tell Her No”, “Time Of The Season” 등은 이들의 이러한 재능을 훌륭히 증거하는 사례들이다. 좀비스가 5년여에 걸친 생애동안 발표한 정규 앨범은 단 두 장에 지나지 않는다. 1965년의 데뷔 앨범 [Begin Here]와 1968년의 마지막 앨범 [Odessey & Oracle]이 그 전부다. 1964년에 [The Zombies]라는 앨범이 미국에서 발매되기는 했으나 그것은 정식 데뷔 앨범이라기 보다 급조한 컴필레이션의 성격이 더 짙은 음반이었다. 다작이 음악계의 규범이었던 당시의 기준으로 볼 때 이는 턱없이 적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The Decca Stereo Anthology]에 수록된 42곡(상이한 버전과 배킹 트랙을 합하여 실제 수록곡은 모두 48곡)이 그 좋은 증거다. 워낙 신통치 않은 판매실적 탓에 이들 음악의 대부분은 싱글로만 발표되고 앨범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좀비스의 음악을 추적하는데 [The Decca Stereo Anthology]와 같은 모음집의 존재는 정규 앨범에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닌다. “Whenever You’re Ready”, “Leave Me Be”, “Just Out Of Reach” 등 이들이 발표한 싱글들은 단지 정규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하기에는 지나치게 훌륭한 톱 클래스의 작품들이다. 물론 이들이 발표한 두 장의 정규 앨범은 말이 필요 없는 역작들이다. 데뷔 앨범 [Begin Here]는 당시의 관행에 따라 다수의 블루스와 R&B 커버 곡을 수록한 앨범이다. 멜로디 위주의 팝 그룹이라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이들은 여기서 매우 신빙성 있는 블루스와 R&B를 들려준다. 스모키 로빈슨 & 더 미라클스(Smokey Robinson & The Miracles)의 곡을 커버한 “You’ve Really Got A Hold On Me”는 비틀즈의 버전을 손쉽게 능가하며 “I Got My Mojo Working”의 터프함은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이들의 주특기인 팝을 결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콜린 블런스톤(Colin Blunstone)의 무반주 보컬로 시작하여 오르간과 베이스가 차례로 가세하는 “The Way I Feel Inside”는 종교적 경건함 마저 느끼게 만드는 발라드 곡이고 상큼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I Don’t Want To Know”는 버즈(The Byrds)의 그 유명한 기타톤이 어디에서 유래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공전의 히트곡 “She’s Not There”와 “Tell Her No”는 여기서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좀비스의 마지막 앨범 [Odessey & Oracle]은 시대를 초월하는 진정한 마스터피스의 하나다. [The Decca Stereo Anthology]가 다루는 시대적 범위를 넘어서는 작품이라 여기서 이에 대해 길게 논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닌 앨범’이라는 정도는 밝혀둘 만하다. 여기서 좀비스 콜렉션을 큰 돈 안들이고 완성할 수 있는 방법 하나. [The Decca Stereo Anthology]는 [Begin Here]의 전곡을 비롯해 이들의 초기 작품들을 총망라하고 있고 [Odessey & Oracle]의 각종 CD 버전은 다수의 후기 작품들을 보너스 트랙으로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The Decca Stereo Anthology]와 [Odessey & Oracle] 두 장만 구입하면 좀비스가 발표한 거의 모든 작품을 중복 없이 손에 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사실 중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Odessey & Oracle]의 원숙한 팝으로의 음악적 변화를 표상하는 “I’ll Call You Mine”은 두 앨범 모두에 수록되어 있다). 물론 이 방법에는 맹점이 없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The Decca Stereo Anthology]의 수록곡들이 원래 모노로 듣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스테레오 버전은 결코 이 곡들의 결정판이 될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스테레오 믹스 과정에서 “She’s Not There”의 드럼과 “Is This The Dream”의 탬버린이 새롭게 녹음되어 덧입혀졌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드러머 휴 그런디(Hugh Grundy)를 재기용하고 당시 사용된 루드윅(Ludwig) 드럼세트를 다시 활용하는 등 원곡에 근접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소리의 이질성이 완전히 감추어지지는 않은 듯하다. 이런 문제는 보기에 따라 심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각자에게 맡겨야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확한 것은[The Decca Stereo Anthology]가 현존하는 좀비스 컴필레이션 중 선곡에서나 사운드에 있어서 가히 최상의 것 중 하나라는 점이다. 20030811 | 이기웅 keewlee@hotmail.com 8/10 보충 1)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Odessey & Oracle]의 판본에는 모두 세 종류가 있다. 라이노(Rhino), 빅 비트(Big Beat), 레퍼토어(Repertoire)가 그것이다. 보너스 트랙은 레퍼토어 버전에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빅 비트, 라이노 순이다. 그러나 빅 비트의 보너스 트랙은 앨범 트랙의 모노 버전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다른 판본들과는 좀 성격이 다르다. 라이노 판의 경우는 선곡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보너스 트랙의 숫자가 적다고 해서 반드시 레퍼토어 판에 비해 열등하다고 할 수는 없다. 보충 2) 좀비스의 모노 컴필레이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빅 비트의 [The Singles Collection: A’s & B’s, 1964-1969]이나 레퍼토어의 [Singles A’s & B’s]를 권한다. 두 앨범 다 현재 모노 컴필레이션으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상의 모음집들이다. 문제는 이 앨범들이 좀비스의 전 생애를 커버한 나머지 선곡에 있어서 [The Decca Stereo Anthology]만큼 완전무결하지 않고 [Odessey & Oracle] 수록곡들과의 중복도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만일 이러한 점이 꺼려진다면 레퍼토어 판 [Begin Here]를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앨범은 수많은 보너스 트랙을 통해 [Odessey & Oracle] 이전까지 좀비스의 초기 작품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단지 여기에 수록된 “Tell Her No”에서 다소 거슬리는 디스토션 잡음이 감지된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록곡 Disc: 1 1. It’s Alright With Me 2. She’s Not There 3. You Make Me Feel Good 4. Summertime 5. Woman 6. Leave Me Be 7. Kind Of Girl 8. Sometimes 9. I’m Goin’ Home 10. Road Runner 11. Sticks & Stones 12. Walking In The Sun 13. I Don’t Want To Know 14. Tell Her No 15. What More Can I Do 16. I Remember When I Loved Her 17. I Want You Back Again 18. Can’t Nobody Love You 19. The Way I Feel Inside 20. I Got My Mojo Working 21. You’ve Really Got A Hold On Me – Bring It On Home To Me 22. I Can’t Make Up My Mind 23. Work N’ Play 24. I Want You Back Again (Single Version) Disc: 2 1. She’s Coming Home 2. I Must Move 3. Just Out Of Reach 4. Remember You (Single Version) 5. Nothing’s Changed 6. Remember You (Soundtrack Version) 7. I’ll Keep Trying 8. Don’t Go Away 9. Whenever You’re Ready 10. How We Were Before 11. I Love You 12. If It Don’t Work Out 13. I Know She Will 14. Don’t Cry For Me 15. Is This The Dream 16. Indication 17. I’ll Call You Mine 18. Gotta Get A Hold Of Myself 19. She Does Everything For Me 20. Goin’ Out Of My Head 21. Leave Me Be (Backing Track Take 1) 22. Work N’ Play (Takes 2 & 3) 23. Just Out Of Reach (Backing Track Take 4) 24. Whenever You’re Ready (Backing Track Take 1) 관련 사이트 The Zombies 비공식 사이트 http://members.aol.com/bocad/zom.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