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 잊을 수 없어/그 사람은 어디에 – 킹/서라벌(K 8001), 19800115 조용필의 그룹 사운드(밤무대)의 뿌리 1980년 1월 15일이면 조용필이 ‘해금’되어 공식적 활동을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하지만 “창 밖의 여자”와 “단발머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 전이다. 그렇다면 이 음반은 무엇인가. 음반을 발매한 회사는 서라벌이지만 음반번호가 K-8001인 것으로 보아 ‘킹 레코드가 1980년에 발매한 첫 음반’인 것이 분명하다. ‘킹박'(킹 레코드의 박성배 사장)의 ‘안목’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음반에 수록된 곡들 중 절반 정도가 1970년대 중반에 녹음했던 음원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추억의 종이배”, “생각이 나네”, “즐겁던 그 날”은 [님이여/어디로 갔나요](킹/서라벌(SLK-1021), 1976)에 수록된 곡과 동일한 음원이다. 나머지 곡들도 새로 녹음했다고 보기에는 ‘1970년대 중반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1970년대 조용필이 녹음한 작품들의 사운드가 ‘그룹 사운드’와 ‘관현악단’이 절충되어 있다는 점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이 음반에서 ‘그룹 사운드의 리더’ 조용필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점은 1980년대의 음반에서도 부분적으로만 드러나는 특징이므로 이렇게 전면적으로 그룹 사운드가 담긴 조용필의 독집은 드물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즉, 관악이나 현악의 비중을 최소화하면서 기타, 베이스, 키보드 중심의 사운드가 전개되고 있다. 플랜저(flanger) 등의 이펙트를 사용한 기타 사운드는 익숙하면서도 (당시로서는) 신선한 감각을 만들어내고, 키보드는 상이한 톤을 가진 두 개의 라인이 대선율을 연주하는 등 화려한 장식을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관악기 중심의 편곡을 탈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타이틀곡 “잊을 수 없어”는 그리 특이할 것 없는 트로트 고고이지만, 이어지는 “내 이름은 구름이여”(뒤에 공식 3집에 재수록된다)와 “깊은 정”은 훵키한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리듬 위에 세련된 사운드가 전개되고 있다. 사랑과 평화 수준의 훵키함은 아니라고 해도 쿠쿵거리는 다운비트가 인상적이고 “깊은 정”의 경우 슬랩 베이스도 들어가 있다. “서러워 말아요”의 경우에도 2비트의 업템포의 리듬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후렴구에서는 훵키한 리듬이 전개된다(이 곡들을 포함하여 앨범의 여섯 곡이 ‘전종현 작사, 유재학 작곡’으로 표기되어 있다. 정확한 표기인지는 확인을 요한다). 이상의 곡들은 춤을 추기도 좋고 노래를 듣기도 좋은 곡들이다. 다른 한편 조용필 특유의 절창이 두드러지는 곡들도 있다.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가였던 “꽃순이”는 김희갑의 작품인데 뒤에 조용필이 부른 “그 겨울의 찻집”(나아가 김희갑의 작품들 가운데 최진희가 부른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 등 ‘1980년대 중반의 성인가요’의 트렌드를 예시하는 작품이다. 리듬은 다르지만 가곡을 재해석한 “못 잊어”, “그 사람은 어디에”, “추억의 종이배”도 비슷한 정서를 드러내고, 특히 “그 사람은 어디에”는 조용필 특유의 ‘의도하지 않은 민요풍 느낌’을 자아낸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곡들에서 ‘밤무대’를 연상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즉, 이 음반에 대한 평은 밤무대에 대한 평과 다르지 않을텐데 이에 대한 평은 여기서는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조용필 음악의 ‘그룹 사운드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곤 해도 조용필이 노래를 부르면 그룹의 연주는 ‘반주’가 되어 버리는 점도 동시에 확인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가수의 노래를 빛내 주기 위해 그룹의 연주를 의도적으로 절제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용필의 목소리와 노래가 악기음들을 주변화시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이 음반의 운명도 ‘가수는 남고 그룹은 사라진’ 유형에 속하게 되어 버렸다. 20030811 | 신현준 homey@orgio.net 0/10 수록곡 Side A 1. 잊을 수 없어 2. 내 이름은 구름이여 3. 깊은 정 4. 꽃순이 5. 못 잊어 6. 즐겁던 그 날 Side B 1. 그 사람은 어디에 2. 그래도 못 잊어 3. 서러워 말아요 4. 추억의 종이배 5. 생각이 나네 6. 군가 관련 글 조용필의 로큰롤 오디세이: ~1984 – vol.5/no.15 [20030801] 대중가수의 표면, 로커(rocker)의 이면: 조용필과의 인터뷰 – vol.5/no.15 [20030801] 프리 음악의 대가, ‘보컬 그룹의 추억’: 김대환과의 인터뷰 – vol.5/no.15 [20030801] 발군의 베이시스트, 감각적 프로듀서: 송홍섭과의 인터뷰 – vol.5/no.8 [20030416] ‘자존심’ 드러머, 드러머의 자존심: 이건태와의 인터뷰 – vol.5/no.15 [20030801] 한 슈퍼스타의 35년의 경력에 대한 우중기념식: 조용필 ‘The History’ 공연 리뷰 – vol.5/no.17 [20030901] 조용필 [스테레오 힛트 앨범 제 1집] 리뷰 – vol.5/no.15 [20030801] 김대환과 김 트리오 [드럼! 드럼! 드럼! 앰프 키타 고고! 고고! 고고!]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영 사운드 [너무 짧아요/긴 머리 소녀]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님이여/어디로 갔나요]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포크가요 베스트 10(a.k.a. 조용필 데뷰집)]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1집 [창 밖의 여자/단발머리]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2집 [축복(촛불)/외로워 마세요]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3집 [미워 미워 미워/여와 남]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4집 [못 찾겠다 꾀꼬리/비련]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5집 [산유화/여자의 정/한강]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6집 [바람과 갈대/그대 눈물이 마를 때]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7집 [눈물로 보이는 그대/들꽃] 리뷰 – vol.5/no.15 [20030801] 조용필 18집 [Over The Rainbow] 리뷰 – vol.5/no.17 [20030901] 관련 사이트 조용필 연합 팬클럽 ‘PIL 21’ http://pil21.com 조용필 팬클럽 ‘위대한 탄생’ http://choyongpil.net 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http://www.choyongp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