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3100431-0515choyongpil82folk10조용필 – 포크가요 베스트 10(a.k.a. 조용필 데뷰집) – 대도(EH 8010), 1971/1982

 

 

조용필의 ‘포크 가수’ 시기의 자취?

리뷰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음반의 발매일은 1982년 7월 5일이지만 여기에 수록된 음원들은 1970년대, 그것도 1976~7년 조용필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스타덤에 오르기 전에 녹음된 것들이다. 따라서 정체불명의 음반이고 조용필의 인기를 업고 뒤늦게 재발매한 ‘빽판’으로 추정된다. 1982년이라면 포크라는 음악이 인기가 없어진 지 오래이므로 ‘포크가요 베스트 10’이라는 제목이나 ‘여학생을 위한 고운노래모음집’을 붙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우주복을 입고 있는 조용필의 아이돌 같은 모습도 이 음반의 의도를 설명해 준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음원을 수록해 1985년과 1988년에 발매된 음반들은 [조용필 데뷰집]이라는 이름으로 타이틀을 바꾸었다.

수록곡들의 음원을 일별해 보면 음원의 출처를 알 수 있다. “하얀 모래의 꿈”, “Che Sara”, “사랑의 자장가”(마리아), “이끌어 주오”(영어 가사)는 ‘1971년 음반’, 그리고 “꿈을 꾸리”, “그 때 그 사람(Once There Was A Love)”은 ‘1972년 음반’에 각각 수록된 음원이다. 한편 “고운 님 내 님”, “반지의 상처”, “Turn Around Look At Me”는 (아직까지) 출처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음향의 성격으로 보아 녹음 시점을 유추할 수 있다(이에 대해서는 뒤에 말하겠다).

따라서 1970년에 발표되었지만 더 이상 시판하지 않는 조용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미덕 외에 별달리 평할 것은 없는 음반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포크 가요’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수록곡들의 스타일은 매우 다양하여 ‘앨범의 일관성’ 같은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하얀 모래의 꿈”이나 “고운 님 내 님” 같은 곡은 1970년대 초의 ‘통기타 포크’의 영향이 묻어 있고, “반지의 상처”는 단조의 멜로디나 짜내기 창법 등으로 인해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트로트 고고’이고, 이미 발표된 팝송 번안곡들이나 “영원히 사랑하리(Turn Around Look At Me)”는 그룹 사운드에 관현악단이 추가된 ‘1972년 앨범’의 분위기가 묻어 있다. 이런 스타일 가운데 트로트 고고나 팝송 번안곡들은 조용필의 이후의 경력에 명백한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이 리뷰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당시 음악산업 관계자들이 ‘포크 가요’라고 부르고 싶어했던 곡들에 국한할 것이다.

아마도 순수 포크주의자들은 ‘그것도 포크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런 곡들에서 조용필은 아련한 동심의 정서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조용필의 데뷔 앨범을 디렉팅한 작곡가 변혁의 취향이라고 못박을 수 있겠지만(변혁은 은희가 부른 “꽃반지 끼고”의 편곡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단지 그것이 스토리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조용필의 노래에서는 지나간 과거와 두고온 고향에 대한 아스라한 그리움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조용필이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것도 이런 그리움을 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조용필이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곡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따오기”나 “오빠생각” 같은 기존의 동요뿐만 아니라 “생각이 나네”, “고추잠자리”, “못 찾겠다 꾀꼬리” 같은 록 스타일의 가요까지도 이런 정서가 연장된다. 물론 이런 정서는 자칫 통속화되기 쉽지만 조용필의 경우는 통속과 순수의 묘한 경계에서 잘 저울질해내는 것 같다. 조용필이 성공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노래가 1970~80년대 도시로 밀려든 사람들의 살벌한 삶 속에 ‘어린 시절의 고향’을 그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용필의 중요한 화두로 보이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는, “창밖의 여자”나 “비련” 같은 발라드에서 육성의 절창이나 “단발머리”나 “여와 남” 같은 댄스곡에서의 팔세토의 간지러움에 묻혀 버린 것 같다.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이 음반은 이 점에 대한 뿌리를 확인해 주는 자료다. 아마도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이런 요인 때문에 당시 조용필을 ‘포크 가수’라고 부르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그런 용어법에 전혀 동의할 수는 없지만… 20030813 | 신현준 homey@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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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음반에 수록된 ‘1971년 음반’의 음원은 제작자에 의해 악기들이 더빙된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 수록된 음원들은 1985년과 1988년 [조용필 데뷰집]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수록곡은 조금씩 다르며(아래를 참고하라), 가수와의 협의를 거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수록곡
Side A
1. 고운 님 내 님(Orchestra)
2. 하얀 모래의 꿈
3. 이끌어 주오(Lead Me On)
4. 꿈을 꾸리
5. 마리아
Side B
1. 반지의 상처
2. 케사라(Chesara)
3. 그 때 그 사람(Once There Was A Love)
4. 영원히 사랑하리(Turn Around Look At Me)
5. 고운 님 내 님(Guitar Solo)
6. 울산 아가씨

[조용필 데뷰집] (대도레코드(SM-1001), 19850115)
수록곡
Side A
1. 하얀 모래의 꿈
2. 반지의 상처
3. 꿈을 꾸리
4. 고운님 내님
5. (사랑의 자장가) 마리아
Side B
1. Lead Me On
2. Chesara
3. Once There Was A Love
4. Turn Around Look At Me
5. 울산아가씨

[조용필 데뷰집](현대음향(HDP-240), 1988)
수록곡
Side A
1. Lead Me On
2. 반지의 상처
3. (사랑의 자장가) 마리아
4. 고운님 내님
5. 꿈을 꾸리
6. Chesara
Side B
1. 하얀 모래의 꿈
2. 허공
3. Once There Was A Love
4. Lead Me On
5. Turn Around Look At Me
6. 미워 미워 미워
7. 울산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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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조용필 연합 팬클럽 ‘PIL 21’
http://pil21.com
조용필 팬클럽 ‘위대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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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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