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4022230-HOTPOTATO뜨거운 감자 – New Turn – 다음기획, 2003

 

 

미흡하지만 기대할만한 ‘감자 요리’

‘똑같은 밥에 똑같은 나물/얼마나 맛이 좋아 그렇게 오래 먹나’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첫 곡 ‘맛좀봐라’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상은 넓고 취향대로 음악도 다양한데, 왜 음악팬들은 수동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걸까, 여기 ‘뜨거운 감자’가 있으니 한번 맛 좀 봐(달)라, 라는 것. 2003년 여름에 발매된, 밴드 뜨거운 감자의 두 번째 정규음반 [New Turn]은 이렇게 시작된다. 쿵짝쿵짝, 두 박자 리듬의 흥겨운 기타 리프에 실린 자신만만한 선언.

1997년 보컬리스트 김C(본명:김대원)와 베이시스트 고병준,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오헤이로 구성된 뜨거운 감자는 2000년에 데뷔음반 [N.A.V.I]를 발표했지만, 언론이나 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윤도현의 소개로 김C와 고병준이 만났고, 밴드 결성 이후 이들은 윤도현 밴드의 고정 게스트로 전국 투어를 했다, 라는 얘기나 강산에가 음반 작업에 대해 여러 조언을 했고 “맛좀봐라”에 코러스로 참여했다, 라는 등의 일화나 음반에 붙어있는 홍보 스티커에 ‘윤도현과 강산에가 극찬한…’이라는 문구가 적힌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의 1집 음반은 대중적인 관심으로부터 소외된 대신, 음악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돈독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보컬인 김C의 음색과 톤은 강산에와 닮았고, 그래서 그이의 보컬은 매혹적이라기 보다는 어딘지 익숙한 편안함에 가깝다. 그가 만든 가사는 주로 단순한 어휘와 반복어구로 이루어져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데,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집어낸 소재와 낯선 단어들의 조합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묘한 감흥을 주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삶을 달관한 듯한 어조로 들리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 1970년대 한국록을 카피하던 곱창전골 출신의 하세가와 요오헤이의 기타 사운드도 이런 어조에 일조하고 있으며, 이 분위기는 절반 정도까지 지속된다. 나머지 절반에서는 보다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데 수록된 10곡은 포크 록을 비롯해서 모던 록, 사이키델릭과 일렉트로니카로까지 확장된다.

“맛좀볼래”, “몰라, 정말 몰라”가 포크 록의 범주에 포함된다면, “풋사과”, “U Turn”, “걱정마Yohey”, “아이러니”와 같은 곡은 모던 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전기 기타가 적절하게 양분된 가운데 하모니카와 아코디언, 만돌린 음색이 삽입되기도 한 일련의 곡들은 모두 보편적인 멜로디로 대중적인 감수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에 “잡담”, “서울 기러기”, “Bless Me” 등은 사이키델릭한 정서를 들려주고 있으며, “난 나를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에서는 전자음악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곡들이고 분명히 보편적인 감수성을 획득하고 있는 곡들이다.

그러나 이 음악들은 정작 첫 곡의 ‘선언’을 예리하게 후원하지 못한다. 따라서 첫 곡의 자신만만함은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을 잃는다. 분명한 것은, 음악적 혁신이란 노랫말과 사운드의 혁신이 동시에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음악이 편안하고 대중적인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을지라도 아직은 단지 세련된 한국 대중음악들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뜨거운 감자 자신과 그들의 새 음반 [New Turn]은 괜찮은 한국 밴드와 잘 만들어진 모던 록 음반이라는 평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음반의 홍보문구로부터도 유추할 수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얼터너티브’가 되기엔 미흡하다. 독특한 자신만의 영역을 획득하기에 이 음반은 아직 ‘과도기적’이라는 얘기다. 20030720 | 차우진 lazicat@empal.com

6/10

수록곡
1. 맛좀봐라
2. 풋사과
3. 걱정마Yohey
4. U Turn
5. 아이러니
6. 잡담
7. 몰라 정말 몰라
8. 서울 기러기
9. 난 나를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
10. Bles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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