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uar Wright – Denials Delusions And Decisions – MCA, 2002 필라델피아에서 쏘아 올린 또 하나의 불꽃 재규어 라이트(Jaguar Wright)는 필라델피아 흑인거주지역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났다. 그녀는 빈민가에서 거리의 소녀로 성장기를 보냈고 15살에 벌써 첫째 아이를 출산하였다. 특히 엄격한 기독교 신자였던 아버지는 성가곡 이외의 음악들에 반감이 심했고 이 때문에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눈을 피해 차고나 블록 파티에서 음악을 들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그녀의 라임 노트를 태워버린 적도 있었다. 그녀의 건전하지 못했던 과거의 기억과 남자들로 인해 받은 상처는 그녀에게 분노 같은 것을 심어주었고 이러한 경험은 거칠고 직선적인 그녀 특유의 음악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필리 블런츠(Philly Blunts)라는 그룹에서 랩을 하면서 음악을 시작하였다. 4년간의 그룹 활동은 지금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폭발적인 무대 매너의 기틀을 다져 주었고 이는 본인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필리 블런츠(Philly Blunts)는 그녀의 음악 인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만큼 역량 넘치는 그룹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그룹이 해체되었을 때부터 알짜배기 `형제애`가 시작되었는데 그룹이 해체 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그녀의 재능에 날개를 달아줄 루츠(The Roots) 패밀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재규어는 재지팻내스티스(Jazzyfatnastees)와 루츠의 모티브 레코드(Motive Record)가 주최하고 일찍이 질 스캇(Jill Scott)과 인디아 아리(India Arie)도 거쳐갔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위한 무대 ‘블랙 릴리(Black Lily)’에서 극찬을 받으며 이 무대에 고정으로 출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케이플레이어(Okayplayer)의 패밀리가 되었고 라이브를 통해 각인 된 그녀의 무대 매너와 뛰어난 가창력은 재규어 특유의 `거칠 것이 없어 보이는` 게토이미지를 만들어나갔다. 오케이플레이어(Okayplayer)는 루츠를 필두로 음악 성향이나 음악을 대하는 마인드가 비슷한 이들끼리 모인 일종의 ‘패밀리’ 개념의 단체인데 여기에 속한 멤버들이 그간 발매해왔던 명반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을 신뢰하게 만들었고 재규어도 그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삶이 그다지 우아하지 못했던 까닭에 언어는 난폭하고 표현은 직선적이며 목소리에는 불같은 성격이 녹아있다. 이는 그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품었던 알리샤 키스(Alicia Keys)나 에리카 바두(Erykah Badu)와 같은 뭇 네오 소울 여성 보컬들과 구분되는 점이다. 그녀는 밑바닥 인생을 몸소 체험했으며 그곳에서 빠져 나와 정상적인 궤도 위로 자신을 올려놓기 위해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하여 끊임없이 스스로를 추슬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클래식 소울이 성행하던 시기 흑인들이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이 형제임을 설파하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였던 모습과 닮았다. [Denials Delusions And Decisions]에는 오케이플레이어(Okayplayer)에서도 필라델피아에 근거지를 둔 제임스 포이저(James Poyser)와 루츠(The Roots)의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앨범은, 강약의 묘미를 잘 살려가며 곡을 이끌어 가는 재규어의 보컬과 물 흐르듯 흘러가면서도 계속해서 적당한 긴장감을 던져주는 연주가 너무도 완벽한 호흡을 과시하는 “The What If’s”로 포문을 연다. “Stay”에서 퀘스트러브(Questlove)의 드럼은 심벌즈를 이용해 메트로놈처럼 한결같은 박자를 만들어내는데 이 반복되는 소리에 빠져들어 갈 때쯤, 어느새 필리 소울의 왕언니 패티 라벨(Patti Labelle)이 불렀던 “Love Need And Want you” 로 곡이 바뀐다. “Self Love”에서 연신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을 보호하라`라고 말하는 그녀의 외침은 그 어떤 메시지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이는 실신할 지경에 이르기까지 술을 마셔댔던 지난날 엉망으로 망가져 있는 자신을 일으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절거렸던 주술 같기도 하다. 이 곡은 재지(jazzy)한 연주와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연발되는 스캣(scat)을 선사하며 라이브 연주를 듣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거친 듯 하면서도 단호한 그녀의 언성은 래핑과 멜로디의 경계선 어디쯤인가를 오락가락하며 막강한 화력을 뿜어낸다. 1970년대 필리 소울(Philly-Soul)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레이블 필라델피아 인터내셔널(Philadelphia International)이 문을 닫은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필라델피아의 흑인음악이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주목받고 있는 와중에 그 주목을 이어나갈 재규어의 등장은 오케이플레이어에 대한 더욱 굳건한 믿음으로까지 이어진다. 클래식 소울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 재현하려는 그들의 시도가 아직까지는 주류라고 할 수 없으나 상업적으로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있고 그런 와중에 나타난 그녀는 필리 뮤지션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져줄 신성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20030713 | 홍마녀 hong-e0122@hanmail.net 8/10 수록곡 1. The What If’s 2. Country Song 3. Stay 4. Love Need And Want You 5. Same Sh*t Different Day 6. Ain’t Nobody Playing 7. I Can’t Wait 8. I Don’t Know 9. 2 Too Many 10. Lineage 11. Self Love 12. Same Sh*t Different Day Pt. 2 관련 사이트 오케이플레이어 공식 사이트 http://www.okayplay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