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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ls – Electro­―Shock Blues – Dreamworks/Universal, 1998

 

 

Music For The Cancer

“My life is shit and piss”. [Electro-Shock Blues](1998)의 처음을 여는 “Elizabeth On The Bathroom Floor”의 가사 말미 E(본명 Mark Everett)가 내뱉는 단말마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얘기는 아니다. 음반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E는 여동생의 자살이라는 비보를 전해 들었고, “Elizabeth On The Bathroom Floor”에서 그는 자신을 여동생 엘리자베스에 대입시켜 그녀가 자살할 당시의 심정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데뷔작 [Beautiful Freak](1996)의 아스라한 멜랑콜리아를 기대했을 이들에게는 충분히 당혹스럽고 엽기적인 시작일 것이다. “Going To Your Funeral, Pt. 1”, ‘한때는 너였던 땅 속의 상자(관) 위로 꽃을 던져 넣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완벽하게 멋진 날의 완벽한 고통”을 노래하는 이 곡에서 E는 불안정한 베이스라인 위를 비틀거리듯 노래한다. 이는 ‘미쳐버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수 없었던 누군가를 위한 잔인한 장송곡이다. ‘사랑을 바라는 커트니(“‘Cause Courtney needs love”)’는 안전띠를 매고 ‘치료를 위한 암’을 견뎌나가야 하며(“Cancer For The Cure”), 정신병동에 앉아 바깥 사람들의 꿈이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화자는 ‘la la la’라고 우울하게 흥얼댄다(“My Descent Into Madness”).

일단 처참한 가사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Electro-Shock Blues]는 E가 겪어야 했던 가족들의 죽음(여동생의 자살과 어머니의 불치병에 의한 사망이라는)을 겪으며 세상으로부터 점차 격리되어감에 대한 우울한 독백임과 동시에, 먼저 떠나간 이들에게 바치는 ‘감동 없는’ 추모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음반은 그저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는 이가 내뱉는 노출증적 주절거림에 다름 아닌가? 그렇게 보기엔 음반의 사운드는 너무나 유려하고 세심하게 세공 되어있다. 일스와 벡(Beck) 사이의 유사성을 논할 때 흔히 사용하는 ‘mix and match’ 기법은 일스의 음반들 중 가장 고순도의 화학작용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사운드 실험을 단순히 실험으로만 국한시키지 않던 E의 팝 센스 역시 여전한 탁월함을 과시하고 있다. 싸이키델릭과 그런지 퍼즈톤 기타가 결합한 “Cancer For The Cure”, 불길한 재즈의 울림을 들려주는 “Hospital Food”, 힙합비트와 영롱한 (동요적인) 팝송의 선율을 섞어 그 위로 다양한 샘플링 사운드를 덧붙인 “Last Stop: This Town” 등 E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경 쓴 ‘소리의 연금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약간의 부연설명을 첨가하자면 [Electro-Shock Blues]는, 사운드 텍스트에 중점을 둔 곡의 경우에도 사운드가 보컬의 영역을 침범하게 허락하지 않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Cancer For The Cure”의 지글대는 그런지 기타조차도 ‘울부짖기’ 보다는 ‘속삭인다’는 표현이 합당할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이 도시가 마지막 정착지이길 바라’는 한 중년남자의 바람을 묘사한, 왈츠(waltz) 리듬의 “Last Stop: This Town”의 ‘망치질’ 비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스식 멜랑콜리아에 가장 근접한 “My Descent Into Madness”의 아련한 멜로디와 산발적으로 흘러가는 상쾌한 현악 샘플링은 “오늘 밤 8시에 (정신병원으로) 나를 찾아오면 내가 얼마나 미친놈인지 알게 될 거야”라는 자조와 맞물리며 우울하게 흐느낀다. [Electro-Shock Blues]는 이러한 사운드와 가사의 모순이 빚어내는 감정의 고조를 효과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이제는 다시 살아가야 할 때”라는 “P.S. You Rock My World”의 단편적인 희망 역시 끝없이 침잠하는 음반의 정서 안에서 더욱 이질적이고 절망적인 메아리로 울려 퍼질 뿐이다.

[Electro-Shock Blues]는 가족의 장례식 풍경을 묘사한 동화와도 같은 음반이다(동화책 삽화 같은 음반 재킷 또한 사망한 E의 아버지의 그림이다). 따라서 일스는 죽음에 관한 가사들을 사랑스런 멜로디에 맞추어 노래하고 있으며, 때로 그 사랑스러움은 훨씬 더 직접적인 슬픔으로 청자를 엄습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스꽝스러운 역설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역설은 죽음을 기다리며 병실에 누워있는 순간에도 “맛있는 병원 밥을 달라”는 투정으로 이어진다.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이 어느덧 일상으로 굳어갈 때, 대놓고는 말할 수 없지만 누구나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을 탐하게 되는 상황을 이토록 유머러스하면서도 잔인하게 까발린 곡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까발림은 수용하는 입장에서 커다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벌거벗은 심상을 (닐 영(Neil Young)의 “Tonight’s The Night”와 루 리드(Lou Reed)의 “Magic And Loss”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분해하여 샘플링으로 사용하는 등의) 노련한 사운드 위에 담아내었다는 점은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순은 모순 그 자체로 아름답다. 주변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가계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상실감의 표출과 예술적 야심의 충돌로써 그려낸 [Electro-Shock Blues]는, 1990년대 후반 ‘상처 입은 삶’의 모습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 음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싸늘한 울림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20030718 | 김태서 uralalah@paran.com

9/10

수록곡
1. Elizabeth on the Bathroom Floor
2. Going to Your Funeral, Pt. 1
3. Cancer for the Cure
4. My Descent into Madness
5. 3 Speed
6. Hospital Food
7. Electro-Shock Blues
8. Efils’ God
9. Going to Your Funeral, Pt. 2
10. Last Stop: This Town
11. Baby Genius
12. Climbing to the Moon
13. Ant Farm
14. Dead of Winter
15. The Medication Is Wearing Off
16. P.S. You Rock M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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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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