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9035425-choco쵸코크림 롤스 – ChocoCream Rolls – T­―­ENTERTAINMENT, 2003

 

 

못 만든 노래, 못 만든 음반

쵸코크림 롤스(ChocoCream Rolls)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피해가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쵸코트림 롤스를 (이선규와 김진만의 원(原)밴드) 자우림과 비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 [ChocoCream Rolls](2003)와 위저(Weezer)의 사운드 상의 유사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자우림과의 비교는 쵸코크림 롤스가 (어느 정도는) 부당하게 지고 가야할 ‘짐’이기에 그러하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국내에서 활동 중인 밴드 중 그 누구도 ‘영/미 무슨무슨 밴드의 아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후발주자’로서 지고 가야할 멍에라지만, 당장은 이를 해결할 수도, 해결책을 (성급히) 바래서도 안 된다는 개인적 판단 하에 쵸코크림 롤스와 위저 간의 비교는 자제하도록 하겠다.

말이 너무 거창해졌다. 그렇다면 [ChocoCream Rolls]의 음악은 과연 어떤가? 일단 이 음반은 재미가 없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듣기 힘들 만큼. 음반은 전체적으로 두텁게 디스토션을 건 뭉개진 기타 사운드가 여기저기 구겨져 있으며, 이선규의 탁하고 어설픈 보컬은 ‘못 부르는 척’하는 것과 실제로 ‘못 부르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 음반이 (기타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과연 ‘기타리스트’가 주도한 음반인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이선규의 송라이팅 능력의 부재를 그 전제로 깔고 있다.

나른하게 시작하는 첫 곡 “굿바이”부터 나른하게 문을 닫는 마지막 곡 “압박”에 이르기까지 변화 없는 곡들의 연속은 청자의 지루함을 달래줄 그 어떤 대안도 갖고 있지 못한 듯하다. 물론 비교적 귀에 감기는 멜로디 라인의 “클라크”나 간명한 팝송의 선율을 지저분한 기타톤으로 훑으며 (항간에 의하면 김윤아를 의식했다는) “오늘이 지나면 그녀는 서른살/아무도 모르게 가려진 주름살”이라고 각운을 맞춰 흥얼대는 “꽃”은 나름의 흡인력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도 과도한 기타 디스토션에 묻혀 음반 내에서의 독자성을 따질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다(사실 아무리 외국 밴드와의 비교를 피하겠다고 했어도 이 두 곡은 정도가 좀 심했다).

마지막으로 가사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낙오자의 낭만적 정서’가 주를 이룬 이들의 가사는 순간순간 기지 넘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클라크”, “꽃”, “Yesterday”), “미국사람은 빵만 먹어도 사는데/미국사람은 돈도 많아서 좋겠네/뜨거운 맛은 아직 모르지/미국 가면은 미국사람 되나요/…/미국 여자 좋은 비결이 있나요/…/앗뜨거 앗뜨거 앗뜨거 앗뜨거…”(“앗뜨거”)나 (제목의 중의적 효과를 노렸을 법함) 통속적인 사랑노래 “Miss 유”와 의미없는 주절거림에 불과한 “압박”에 이르면 ‘이들이 과연 10년 경력의 30대 뮤지션이 맞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결국 쵸코크림 롤스의 데뷔음반은 (만만치 않은 멤버들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오는 국내 록 음반들 사이에서 어떤 차별성도 만들어내지 못한 평범(?)한 앨범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의도했을 ‘노이즈 팝’ 사운드 역시 ‘습작’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물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자우림에서는 하지 못했던 음악)을 하겠다는데 커다란 음악적 요구를 하면 안 되겠지만, 고민 없는 작곡과 고민 없는 배치로 이루어진 만원 정도 하는 이 음반이 과연 같은 가격대의, (한 번 먹으면 끝날) 동네 빵집 쵸코크림 롤케익과 비교해서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그것은 정말 모르겠다. 20030707 |김태서 uralalah@paran.com

2/10

수록곡
1. 굿바이
2. 클라크
3. 외박
4. Sail Away
5. 누구?
6. 꽃
7. 앗뜨거
8. Miss 유
9. 산책
10. Yesterday
11.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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