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4025422-0513jodongik_movie조동익 – Movie – 하나뮤직/킹 레코드, 1998

 

 

기능성 속에서의 길찾기

특정한 삽입곡이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되어 영화보다 음반 자체가 주목되는 사례도 상당히 많기는 하지만, 영화음악에 있어서 기존 곡을 ‘선곡’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음악이라는 것은 그 태생적인 특성 자체가 ‘영화’라는 전체 안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관객에게 들려지는 사운드(물론 ‘음향’이란 부분을 제외하고)의 대다수는 작곡자의 오리지널 스코어일 수밖에 없는데, 실상 ‘가사’가 들어간 노래들은 영화의 장면에 기가 막히게 맞아들어가는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화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영화음악은 작곡자의 입장에서도 지극히 수동적인 창작양태일 수밖에 없다. 사운드와 영상의 몽타쥬를 시도하는 몇몇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화음악 작곡방식은 사실상, 영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운드(음향/대사를 포함한)의 허전함을 보조하거나 내러티브상의 강조점을 찍는 등등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작곡가가 ‘자신의 음악’을 표출하기에는 상당히 좁은 영역일 수밖에 없는 동시에 기존 영상과 알맞게 조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힘든 작업일 수 있다.

조동익의 1998년작 [Movie]는 타이틀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그가 참여한 두 편의 영화의 수록곡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인 동시에 ‘조동익’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 두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조동익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어떤날이나 동아기획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연상될 수 있겠지만, 1990년대 이후 그의 음악적 행보들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영화음악이었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조동익의 음악’에 대해서만 시야를 좁혀볼 때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 사이에 등장하는 음악적 특징의 차이는 얼핏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점차 변화하는 양태를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록곡들 중 9번에서 15번 트랙까지는 영화 [장미빛 인생](1994)에 등장했던 것들인데, “만남”, “사랑의 테마(Voice)” 등등 건반악기 위주의 어쿠스틱하고 단아한 연주곡들은 흔히 알고 있는 1980년대의 동아기획 사운드의 전형에 가까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1번에서 8번까지 수록된 영화 [No.3](1997)의 삽입곡들은 두 영화가 발표된 시간차만큼이나 사운드의 재료에 있어서 현격한 구별점이 보인다. 물론 관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첫 발자욱”이나 “푸르고 창백한 공간(Piano)”같은 곡들 역시 존재하지만, “Prologue”, “현기증”과 같은 드럼 머신이나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전자악기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곡들에서는 얼핏 ‘이 음악을 만든 사람이 정말 조동익인가’라는 의아함이 먼저 떠오를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전자음에 대한 관심은 최근 그가 참여한 장필순의 음반 [Soony 6](2002)과도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양자의 차이가 있다면 [No. 3]에서의 상당히 적극적인 방식에 비해, 장필순의 음반은 특정한 가수의 ‘반주’라는 특성 때문인지 방식은 명백히 보조적이라는 점
.
하지만 이러한 음악적 차이는 그 음악들이 각각 사용된 영화를 통해 되돌아볼 때 다른 의미에서 사고되기도 한다. 멜로드라마라는 외피를 둘러쓴 [장미빛 인생]에 적절히 조우하는 어쿠스틱한 배경음악들처럼, 사회풍자적인 블랙코미디를 지향한 [No.3]에 종종 등장하는 훵키한 비트와 전자음들 역시 기능적으로 썩 잘 조합되고 있다는 점이다-이를 영화음악이라는 기능적 수행에 더 집중된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면, [No.3]에서의 전자악기들을 도입해 본 경험들이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과 적극적으로 조우한 지점을 [Soony 6]라는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족 : [장미빛 인생]의 감독 김홍준과 [No. 3]의 감독 송능한이 이후에 내놓은 차기작 [정글 스토리](1996), [세기말](1999)의 음악은 공교롭게도 모두 신해철이 담당했는데, 그의 영화음악에 대한 접근법은 조동익과는 사뭇 달랐다. 방법론에 대한 긍정과 부정은 일단 영화를 보는 이에게 떠넘기기로 한다. 20030526 | 김성균 niuuy@unitel.co.kr

7/10

수록곡
1. 프롤로그
2. 첫 발자욱
3. 푸르고 창백한 공간(Piano)
4. 현기증
5. 푸르고 창백한 공간
6. 이탈
7. 예예예(노래 이한철)
8. 첫 발자욱(Piano)
9. 만남
10. 사랑의 테마(Melodeon)
11. 아침을 맞으러(Piano)
12. 떠나는 사람들
13. 사랑의 테마(Voice)
14. 장미빛 인생
15. 아침을 맞으러(노래 김장훈)
16. 그림자 춤(노래 허은영)
17. 무더운 여름과 자전거 타기(노래 김용수)

관련 글
엄인호 vs 조동익: 후광보다 더 밝게 비친 언더그라운드의 두 불빛 – vol.5/no.13 [20030701]
조동진 vs 이정선: ‘한국형’ 싱어송라이터의 두 개의 초상 – vol.5/no.11 [20030601]
기나긴 기다림, 짧은 만남 그리고 긴 여운: 조동진과의 인터뷰 – vol.5/no.11 [20030601]
하나음악 식구들, ‘어떤 날’, ‘그런 날’, ‘그 날’들에 대해 말하다: 조동익과 후배들과의 한 밤의 취중좌담 – vol.5/no.13 [200307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우리 노래 전시회 I] 리뷰 – vol.5/no.6 [20030316]
어떤 날 [어떤 날 I(1960·1965)] 리뷰 – vol.3/no.8 [20010416]
어떤 날 [어떤 날Ⅱ(출발/덧없는 계절)] 리뷰 – vol.5/no.13 [20030701]
야샤 [Yasha Collection] 리뷰 – vol.5/no.13 [20030701]
조동익 [동경] 리뷰 – vol.5/no.13 [20030701]
배리어스 아티스트 [겨울노래] 리뷰 – vol.5/no.13 [20030701]
배리어스 아티스트 [바다] 리뷰 – vol.5/no.13 [20030701]
배리어스 아티스트 [꿈] 리뷰 – vol.5/no.11 [20030601]
장필순 [Soony 6] 리뷰 – vol.4/no.23 [20021201]
김창기 [하강의 미학] 리뷰 – vol.2/no.13 [20000701]

관련 사이트
하나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hanamusic.co.kr/
조동익 다음 카페 사이트
http://cafe.daum.net/jodong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