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11053252-0414andrescalamaroAndres Calamaro – Honestidad Brutal – WEA International, 1999

 

 

라틴권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의 중간 결산과 일보 전진

안드레스 깔라마로(Andres Calamaro: 1961년생)의 경력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꽤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선 그가 찰리 가르씨아(Charly Garcia),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Luis Alberto Spinetta), 미겔 아부엘로(Miguel Abuelo) 등 아르헨티나 록 음악의 1세대(혹은 1.5세대)이자 1980년대 이후 주류에서 확고한 지위를 누린 거물급 인물들의 총애를 받으면서 이들의 밴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는 정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1980년대 중반까지 미겔 아부엘로가 이끈 밴드 아부엘로스 드 라 나다(Los Abuelos de la Nada)에서 키보드 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뒤에는 에나니또스 베르데스(Los Enanitos Verdes), 파불로소스 까디약스(Los Fabulosos Cadillacs), 돈 꼬르넬리오 이 라 조나(Don Cornelio y la zona) 등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혹은 ‘얼터너티브’ 성향의 밴드의 음반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중요한 경력이다. 이런 경력을 볼 때 그가 작사와 작곡에 비범한 재능을 가진 음악적 신동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솔로 앨범은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그와 비슷한 연배이자 비슷한 경력을 가진 피또 빠에스(Fito Paez: 1963년생)가 대형 솔로 스타로 성장한 반면, 그는 배후의 실력자에 머문 셈이다.

1989년 그는 아르헨티나로부터 스페인으로 이주를 결심했는데, 여기에는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닥치면서 확실한 흥행을 보장하지 못하는 음반은 발매하기 힘든 고국의 어려운 사정이 배후에 놓여 있었다. 다행히도 아레엘 로트(Ariel Rot)와 하비에르 인판떼(Javier Infante)를 만나 밴드 로스 로드리게스(Los Ridriguez)를 결성하여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권 전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로스 로드리게스가 해산한 뒤에는 클래시(The Clash)의 프로듀서 조 블래니(Joe Blaney)를 프로듀서로 맞이하여 제작한 [Alta Suciedad](1997)를 통해 아르헨티나에서도 인기 스타로 부상했다.

1999년에 발표한 이 음반은 당시 그의 나이와 똑같은 37개의 트랙을 수록한 더블 앨범이지만, 국제 배급판은 12곡만 추려진 축약판이다. 이 점이 못내 아쉽지만 이 축약판으로도 그의 재능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첫 트랙 “El Dia de la Mujer Mudial”은 그런지 톤의 기타 사운드에 밥 딜런 풍의 보컬, 즉 노래한다기보다는 주절거리는 보컬을 듣는 순간부터 ‘아, 이 친구는 음악을 통해 무언가 할 말이 많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불행히도 가사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읊어내고 있다는 감을 얻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앨범을 제작하기 전 그는 스페인계 여자친구와 이별하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Clonazepan Y Circo”, “No Tan Buenos Aires”, “Paloma” 등에서 이런 고통의 노래(pain song)를 계속 들을 수 있다. ‘록 발라드’라고 부를 수 있는 형식이지만, 한국형 ‘락 발라드’처럼 멜로드라마적 과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밝혀 둔다.

이런 내향적 자기고백이 앨범의 전반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지만 솜씨 좋은 작곡가는 일관성을 핑계로 다양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Mas Dduele”에서는 훵크, “Los Aviones”에서는 보싸 노바 리듬이 들어가서 그가 전세계의 팝 음악을 얼마나 잡식하는가를 확인해 준다. 두 박자 리듬 위에 아코디언이 울려퍼지는 “Mi Propia Trampa”와 피아노의 타건이 우아하다가 격정적이다가를 반복하는 “Jugar con Fuego” 등은 그의 재능을 슬쩍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10번 트랙이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Diegos Maradona)에 대해 헌정하는 곡이라는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두 번째 CD 의 10번 트랙도 마라도나에 대한 헌정곡이자 마라도나가 직접 스튜디오에 와서 함께 노래불렀다고 하는데 불행히도 확인할 길은 없다. 이 곡들을 하필이면 왜 10번 트랙에 배치했는지는 각자 상상해 보기 바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오르간과 하모니카 소리가 구슬프게 울리면서 7분 여 동안 연주되는 “No Tan Buenos Aires”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만한 곳은 없다’라는 뜻인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처럼은 아니고’라는 뜻인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떤 절절함이 묻어 있다. 그게 고국을 등진 사람의 아쉬움이라고 말해 버리기에는 그가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를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조금 걸리기는 한다. 그렇지만 살던 땅에서 재능을 만개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타국에서 돈 몇 푼 만지고 있는 현실 앞에서도 자신의 문화적 뿌리에 대한 그리움을 막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이런 건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이야 어땠든 그가 1980년대 이후 라틴권 전체에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20020709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El Dia de la Mujer Mudial
2. Clonazepan Y Circo
3. Mas Duele
4. Los Aviones
5. Mi Propia Trampa
6. Jugar con Fuego
7. No Tan Buenos Aires
8. Paloma
9. Te Quier Igual
10. Maradona
11. Cuando Te Conoci
12. La Parte de Adel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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