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간 조성모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두말하면 잔소리고 세말하면 헛소리다. 1998년 데뷔한 이래 [투 헤븐], [슬픈 영혼식], [클래식](리메이크 음반), [아시나요] 등 4종의 음반을 800만 장 가량 판매했다는 사실은 ‘기록적’이다. ‘스포츠신문에 나온 집계’이므로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카페와 미장원마다 조성모 테이프 한두 개 없는 집이 없는 걸 보면 대박은 틀림없었다. 오죽하면 ‘여성 취향 발라드’라면 왠지 닭살이 돋아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저씨조차 “To Heaven”, “For Your Soul”, “아시나요” 정도는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 9월 발표된 [잘 가요 내 사랑]은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한때 “선주문 130만장”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11월에 접어들면 “김건모 7집을 제외하면 올해는 밀리언셀러가 없다”는 말이 업계의 속설이 되었고, 마침내 “전작의 절반에 미치지도 못하는 정도밖에 음반을 팔지 못한 조성모”라든가, “초도물량도 소화하지 못했다”라는 기사가 나왔다(<스포츠서울>, 2001. 11. 12). 10월에는 후속곡 “Never”로 승부를 걸었지만 타이틀곡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매번 뮤직 비디오로 승부를 걸었던 조성모건만 이번에는 ‘해외 로케’도 없는 등 뭔가 ‘절약’했다는 냄새가 강하다. 농담이지만 이번에는 ‘백마부대 용사들’의 역설적 홍보(?)도 없었다. 혹시 이제 팬들이 ‘짜내기 창법’으로 부르는 감상적 발라드에 신물이 난 걸까. 하지만 뭐 작년에 발표한 “아시나요”는 그전 곡들과 뭐 별 달랐나. 그 흔한 ‘열애설’ 등 스캔들 한번 없던 스타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갑자기 냉각될 리는 없다(문득 10여 년 전 ‘가수왕’을 차지하는 등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다가 ‘톱 탤런트와의 열애설’이 사실로 확인된 뒤 급격히 인기가 추락한 B모 가수가 생각난다). 브라운 아이즈나 성시경 같은 신인의 탄생으로 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이 분산되었다는 점도 큰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를 ‘god 박준형 퇴출 파동’과 ‘뉴욕 비행기 테러 사건’ 때문으로 보기도 든다. 연예계에 다른 특종이 있으면 신보를 발매하는 사람은 그만큼 피해를 보고, 정치적으로 험악한 사건이 터지면 연예계 자체가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그것 뿐일까. 아무튼 조성모는 10월 중순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국 순회공연과 더불어 “장애아동돕기 특별기획-희망마라톤 337.56㎞”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10월 13일과 14일에는 서울에서 대형 공연을 가지게 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6일 부산에 가서 42,195m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렇지만 조성모는 완주 뒤에 탈진 증상을 보이면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23일 대구에서 다시 한번 완주에 도전했다가 마침내 “발톱이 빠질 것 같다”는 통증을 호소하면서 달리기를 포기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마라톤 선수라도 2-3개월에 한번 뛴다는 풀코스를 매주 한번씩 8차례 뛰는 계획은 애초부터 무리였던 것 같다. 그 사이 조성모의 ‘소속사 이적’ 소식이 흘러나왔다. 두 차례의 마라톤을 치른 사이인 10월 20일이었다. 아무튼 이적 뉴스의 발표 시점을 고려하면, 조성모는 부산의 병원 침대에서 소속사를 옮길 결심을 굳힌 걸까? 어쨌거나 800만장의 음반을 판매한 슈퍼스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 비록 그의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저씨라도 안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게 기획사의 무리한 전략인지, 조성모의 독자적 결정이었는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12월 8일 한 스포츠신문사에서 주관한 연말 가요시상식에서도 조성모의 이름은 없었다. 조성모측이 “수상을 거부했다”는 뒷 얘기가 있기는 하지만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 반면 김광수 대표는 조성모 4집을 포함하여 [이미연의 연가], 드라마 [명성황후] OST 등의 히트작을 기획하여 ‘최고 음반기획상’을 수상했다. 그는 또한 조성모의 이적이 발표된 뒤 “비록 다른 회사에 소속돼 활동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성공적인 활동을 펼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고 말하여 “김광수 대표의 넓은 아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러니 혹시 가요계에 투신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가수보다는 매니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주의. “최근 들어 일선 매니저들 중엔 무술 유단자와 운동선수 출신이 늘어나는 경향”(<스포츠조선>, 2001. 9. 24)이라는 기사를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20011213 | 신현준 homey@orgio.net 10/10 * [포브틴]에 게재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