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 어떤 약속 | 1집 Eyes (1996) | 정보: http://www.maniadb.com/album/125943
 

1996년, 초등학생이었던 꼬마는 수요일 저녁마다 텔레비전 앞에서 리모컨을 붙들고 고민에 빠져야 했다. 청소년 드라마 [나]와 [가요 톱10]이 동시간에 방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는 그야말로 청소년 드라마의 전성기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사춘기], [사랑이 꽃피는 나무], [공룡선생],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성장느낌 18세], [감성시대] , [학교] 등 지상파 3사와 교육방송사는 앞다투어 청소년 드라마를 선보였다. 이 중 고등학교 방송부를 배경으로 한 [나]는 많은 청소년에게 방송반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나 역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방송반과 남녀공학의 러브라인을 꿈꿨으나, 방송반 지원은 ‘목소리 톤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떨어지고 학교 안에서의 러브라인은 여중-여고 폭망 코스를 밟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튼,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조용하고 따뜻한 모범생 캐릭터의 김수근이 있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이라도 얻은걸까. 김수근은 1996년 겨울 1집 [Eyes]를 발표하며 양파와 이지훈과 함께 고교생 가수 대열에 합류한다. 박선주가 작사 작곡한 “어떤 약속”은 ‘보이지 않는 미래와 무거운 주위의 시선과 숨막힌 지금의 현실’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약속도 해줄 수 없다는 애절한 가사의 발라드로 마치 어제 이별한 것 같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포인트였다. 드라마 [나]에서 김수근이 방송실에 앉아 기타를 치며 송은영에게 불러주던 푸른하늘의 “생일축하” 노래는 김수근 버전으로 1집에 수록이 되어 “어떤 약속”과 함께 라디오 신청곡으로 자주 흘러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를 더욱 생생하게 추억하기 위해 영상도 [가요 톱10] 버전으로 준비했다. ‘널’ 이라는 가사가 나올 때 마다 움직이는 손짓과 앨범의 마지막 트랙 “Outro 수근수근” 은 숨겨진 깨알 포인트이니 놓치지 마시길. | 성효선 hyosundrea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