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4. 10. 15
장소: 줌바스 뮤직 그룹 사무실 (스카이프)
질문, 정리: 블럭(박준우) blucshak@gmail.com

신혁은 줌바스 뮤직 그룹이라고 하는 회사의 대표이자, 한국의 작곡가다. 미국에서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One Less Lonely Girl”을 통해 빌보드 차트에 올랐고, 한국에서는 엑소의 “으르렁”을 통해 정상에 올랐다. 줌바스 뮤직 그룹은 그가 주축으로 있는 프로덕션 회사다. 최근에는 존 박의 싱글 “U”를 통해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줬다. 인상적인 순간을 계속 만들어내고,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더 큰 걸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혁과 인터뷰를 가졌다. 좀 더 포괄적인 시야로 바라보는 케이팝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단순히 ‘지금까지 잘 풀린 사람’이 아니라 꽤 많은 노력과 준비, 무엇보다 비전과 스케일이 보였다. | [we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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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우선 간단하게 소개 먼저 부탁하겠습니다.
신혁: 저는 음악 프로듀서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혁이고요, 이제는 음악 프로듀서에서 한국 시장에 레이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희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준우: 최근 존 박 씨의 신곡을 작업하셨는데, 요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신혁: 최근에는 “U”라는 곡이 나왔고, 그다음에 제가 알기에는 우리 회사에서 만든 곡이 두 곡 더 나와요. 보이스코리아에서 우승한 손승연 씨의 곡도 제가 프로듀싱했고, 샤넌이라는 신인 여가수가 있어요. 코어콘텐츠미디어 쪽에서 나오고, 이제 세 팀 정도의 신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준우: 음악을 만드는 것을 처음 어떻게 접하셨는지 궁금해요.
신혁: 처음 음악을 접한 건 저희 아버지께서 삼익피아노에서 세일즈맨으로 계셔서, 우연히 아버지께서 장난감 건반을 가지고 오셨어요. 그걸 가지고 말도 안 되는 걸 했는데, 거기서 드럼 소리도 나고 여러 가지 악기 소리가 나는 거에요. 그걸 가지고 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음악 아닌 음악을 만들게 된 거였죠. 그리고 집에 피아노 한 대가 있어서 처음으로 피아노 작곡을 시작해봤고요. 그러면서 접했던 것 같고, 제대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인데요, 보통 중학교에서는 클럽 활동이라는 게 있잖아요. 방과 후 활동이었는데, 농구부를 들어가려고 했는데 컴퓨터음악 부서가 생긴 거에요.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작곡하셨던 분이 중학교에 오셔서 클럽 활동에서 접하게 되었어요. 그분이 저를 좋게 보셔서 스튜디오도 데리고 가고 그러면서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죠.

박준우: 굉장히 일찍 접하셨네요.
신혁: 그때가 중학교 2학년 때니까 15살 때부터 제대로는 아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였죠.

박준우: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신혁: 사실 초등학교 때는 제가 춤을 추고 그러면서 H.O.T.처럼 되고 싶다고 그랬는데, 그때 이후로는 곡을 쓰고 그러다 보니 작곡에 전념했어요. 가수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데모 곡을 워낙 많이 만들고 고등학교 2학년쯤에는 데모 곡이 50곡 정도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곡을 만들어서 팔고 그랬어요. 노래하는 친구로 유명해서 축제 때도 노래하고 그랬는데, 당시에는 소질이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연락이 들어왔죠. 아는 지인 통해서 당시 기획사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앨범이 나오게 되었죠.

박준우: 처음 관심을 가졌던 음악은 뚜렷하게 장르가 있었던가요?
신혁: 처음 중학교 때 빠졌던 장르는 흑인음악 중에서도 뉴 잭 스윙이라는 장르에 많이 빠져 있었어요. 블랙스트릿(Blackstreet)이나 테빈 캠벨(Tevin Campbell)과 같은, 90년대 초반에 나왔던 흑인음악을 되게 좋아했어요. 그때 알 켈리(R. Kelly), 키스 스웻(Keith Sweat) 같은 분들 음악도 듣고 그랬죠.

박준우: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하셨는데, 원태연 시인과 김형석 씨와 어떻게 작업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신혁: 제가 데모 곡이 많았다고 했잖아요. 그걸 가지고 저희 사장님께서 김형석 선생님께 들려주고, 앨범 프로듀싱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 곡이 12곡 정도 있었는데, 그 중 9곡이 나왔죠. 김형석 선생님과 원태연 시인과도 좋은 관계여서 자연스럽게 가사를 받았고, 타이틀곡도 받았죠.

박준우: 이후 에이렉스(A-Rex)라는 팀을 만들고 “One Less Lonely Girl”이 잘 되었지만 그 전에 꽤 오랜 시간 고생하셨다고 들었어요.
신혁: 미국에 간 순간부터 꿈은 단 하나였어요. ‘미국에서 어떻게든 곡을 팔아서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진입을 하자.’ 예전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제가 중학교 때 만든 곡 중에서 후렴 부분 네 마디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타이틀곡과 똑같은 거에요. 그래서 ‘아, 나도 빌보드 갈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해서 (웃음) 그때부터 꿈을 가지고 버클리에 갔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학업에 전혀 집중 안 했어요. 처음 간 순간부터 곡을 파는 게 목표였으니까, 밤새도록 곡만 작업하고 주말에는 싸구려 중국 버스 있어요. 그걸 타고 뉴욕 가서 CD 돌리고 그랬던 날이 많았죠. 허슬(hustle)이라고 하죠. (웃음)

박준우: 그 기간에는 오로지 음악 작업만 하셨던 건가요?
신혁: 네. 버클리 음대가 한인들이 많기로 유명하잖아요. 저는 그 안에서 아는 사람은 정말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볼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 버클리야?’ 이렇게 말이 나올 정도로 왕래가 없었어요.

박준우: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같이 작업할 당시에도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스타였는지.
신혁: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곡을 처음 팔았을 때는 저스틴 비버가 “One Time”이라는 곡으로 막 데뷔한 시점이었어요. 그때는 방송도 없었고 마이스페이스(myspace), 유투브로 이름이 막 돌아다닐 때였어요. ‘이런 친구가 있나 보다’ 싶었지 저는 그렇게 대 스타가 될 친구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웃음) 어셔(Usher)와도 사인하고 데프 잼(Def Jam)과도 사인했다고 하니까 기대는 해봤는데 “One Time” 끝나고 나서 제가 했던 곡이 나왔는데, 빌보드 차트 16위로 데뷔를 했어요. 첫 번째 꿈을 이룬 시기였죠.

박준우: 그 곡도 그렇고, 케이팝 음악을 작업하는 데도 그렇고 공동작업이 되게 많았잖아요. 공동작업을 처음 경험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기억하시는지 궁금하거든요.
신혁: 공동작업이라는 개념이 지금은 좀 바뀐 것 같은데, 예전에는 정말 작곡가가 앉아서 건반을 치면서 멜로디를 짜고, 거기다 편곡까지 하는 작업을 다 했잖아요. 저는 제가 잘하는 것, 제가 못하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고, 그래야 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첫 번째는, 미국 가서는 흑인들과 작업하고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넵튠즈(The Neptumes)가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흑인이고 채드 휴고(Chad Hugo)는 동양인이잖아요. 그래서 ‘가능하겠는데?’ 생각하고 흑인을 무조건 파트너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션(Sean)이라는 친구와 파트너십을 맺었어요. 그 친구는 엔지니어링에 강했던 친구였고 저는 좀 더 음악적인 부분에 강했어요. 멜로디, 화성 등에 있어서 역할을 많이 했죠. 그러면서 좀 더 좋은 퀄리티를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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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2011년 틴탑의 “Supa Luv”를 만드셨는데, 케이팝으로는 첫 곡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처음 이 곡을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신혁: 틴탑이 나온 곳도 신생 레이블이었고, 틴탑이 연습할 때 불렀던 곡이 “One Less Lonely Girl”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연습하다 보니까 곡자를 찾게 되었고, 제 이름이 나오고 한국 작곡가라고 해서 당시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쪽지가 왔어요. (웃음) 연락이 오셔서 곡을 부탁한다고 그래서, 그때는 재미있겠다 싶어서 연락했죠. “Supa Luv”라는 곡에 대한 사람들 피드백은 ‘유니크한 곡이다’라는 평이 많고, 아직 좋아하는 곡 중 하나에요.

박준우: 틴탑은 기존 컨셉이나 이미 정해진 부분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더 작업이 쉬웠을 것 같거든요.
신혁: 어떻게 보면 한국 시스템은 그들이 아티스트라기보다는 회사에서 색을 입혀주는 방식이잖아요. 그런 게 재미있을 것 같았고, 우선 제가 하는 사운드가 어떻게 한국 시장에 나오고 어떻게 뮤직비디오 등으로 만들어질까 궁금했었죠. 그 친구들이 당시 색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게 어떻게 보면 다행인 거죠. 그러니까 그런 곡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준우: “Supa Luv”를 들으면 통상적인 곡 구조를 따르기보다는 깔끔하게 갔다는 인상을 되게 많이 받았거든요. 흥행은 어느 정도 고려했는지 궁금했거든요.
신혁: 저는 모험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모험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리스크가 크고 좋지 않은 것이기는 한데,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똑같은 걸 되게 하기 싫어했어요. 그 노래도 페이드아웃 엔딩이에요. 갑자기 브릿지가 엔딩으로 가는 걸 해보면 어떨까 했고, 고민을 많이 했죠. 지금도 그래서 만족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곡이 나왔고. 나중에 알았지만, 그 곡을 작업했을 때 SM A&R 실장님께서 옆 방에 계셨대요. 그래서 그 곡을 듣고 ‘이 곡은 누가 작곡한 거냐, 샤이니한테 이 곡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셨대요. 샤이니가 옆에서 녹음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연락이 왔고, 그래서 SM과 작업하게 되었어요.

박준우: 한국과 미국 양쪽에 회사를 두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신혁: 한국에서 저희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한국에 회사를 세웠고요, 미국에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제가 미국을 좋아하기도 하고 (웃음) 더 중요한 건 여기 있으면서 영감이 되는 좋은 게 많고, 같이 음악 하는 동료들이나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게 여긴 있으니까 더 성장하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음악적인 걸 90% 이상 끝내서 곡이 다 나오는 시스템이에요. 한국에서는 비즈니스와 프로덕션을 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미국에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죠. 심지어 존 박 씨는 미국에 와서 녹음을 끝내고 믹싱까지 다 했어요. 그런 것 때문에 있는 것 같아요.

박준우: SM과도 계약하셨고, 에픽(Epic)과 계약한 걸로 알고 있어요.
신혁: 에픽(Epic)은 L.A.레이드(L.A.Reid)가 거기 대표로 들어가서 그런데, 제가 원래 들어갔던 곳은 EMI 퍼블리싱(Publishing) 회사였어요. 에픽은 아닙니다. (웃음)

박준우: L.A.레이드와 계약하셨던 것도 흑인음악을 먼저 접했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신혁: 그렇죠. 제가 데모를 보냈을 때가 “One Less Lonely Girl”이 나오기 전이었고, 그 전에 사인을 했어요. 그때 저희와 계약했던 음악은 정통 알앤비 곡들이었어요.

박준우: 이후 SM 쪽에 곡을 내고, “Dream Girl”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셨는데, 가요 시장에서 먹힐 만한 수 같은 걸 되게 잘 활용하신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신혁: 제 장점이라면 미국에 있으면서 여러 공동 작업을 많이 해볼 수 있고, 한국에선 생각하기 힘든 소스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20년 동안 자랐기 때문에 한국적인 감성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잘 정리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회사의 큰 장점이겠죠.

박준우: 최근 “Dream Girl” 같은 곡을 보면 흑인음악에서 전자음악으로 빨리 넘어오신 것 같아요.
신혁: 지금 나오는 곡들이 그렇긴 한데, 전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줌바스 뮤직 그룹(이하 줌바스)라는 회사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음악과 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거든요. 어떤 작곡가는 스타일이 정형화되어있고 그렇지만, 회사에서 나오는 건 어떤 것이 나올까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런 점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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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이후 빅스의 타이틀곡을 쭉 만드셨는데, 빅스와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신혁: 빅스는 제가 아는 지인을 통해 황세준 대표님을 소개받았어요.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작곡가로 시작해서 대표가 되신 분이고, 그러다 보니 음악 얘기도 많이 했고 가면 편하게 잘 해주셨어요. 그렇게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박준우: “저주인형”은 어떻게 보면 이전 컨셉의 연장선 격인데, 아이디어를 얻거나 작업하는 데 있어서 다른 경험이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신혁: 대표님과 곡이 나오기 전에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 전에 나왔던 곡이 “Hyde”라는 곡이었잖아요. 사실은 이 곡이 “Jekyll”이라는 곡이었어요. 그래서 인트로를 들어보면 과학 영화에 나오는 실험 소리 같은 게 나오잖아요. 거기서 영감을 받은 거거든요. 그러다가 “Hyde”가 먼저 나오고, 컨셉을 조금 바꿔서 “Voodoo”로 나온 거죠.

박준우: 이후 “기적”이 나왔는데요. 2절을 가져가는 방식도 독특하고, 코러스를 가져가는 방식 등 곡 구성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어요.
신혁: 이건 모험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그 노래가 조금 기승전결이 확실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코러스도 일부러 두 번째 코러스 나왔을 때 열리는 느낌의 라인을 주고 싶어서 그렇게 만들었고. 오히려 콜드플레이(Coldplay) 같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박준우: 계속 신인과 작업하시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신혁: 제가 신인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가장 큰 건 제 사운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거에요. 이미 나왔던 기성 가수들은 스타일이 있잖아요. 바꾸기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신인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한국 음악 시장에서 아이돌은 포화 상태잖아요. 7, 80% 이상이 같은 작곡가의 곡으로 나오고 있고. 케이팝에 대해 자부심을 크게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외국에 있다 보니 좀 더 좋은 콘텐츠를 자주 보여주고 싶다는 취지에서도 그렇고요.

박준우: 기존에 색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던 SM의 그룹과 작업하실 때는 조금 접근 방식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신혁: 저는 그런 것도 재미있어요. “Dream Girl”도 당시 샤이니 스타일에서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퍼포먼스에서 샤이니 스타일이 나오잖아요. 그런 걸 만드는 작업도 재미있어요. 기성 가수 색에 맞춰서 가는 것도 그거대로 재미있어요.

박준우: 기성 그룹과 작업할 때는 그 그룹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신혁: 일반적으로 다른 팀은 제가 어느 정도 손을 보는데 기성 가수는 아니었지만 엑소도 그렇고, SM 같은 경우에는 A&R 팀에서 파트를 배분해주죠.

박준우: 신인과 작업하실 때는 큰 그림을 같이 제시하는 편인가요?
신혁: 그건 제가 거의 다 하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다 잡고 가는 편이죠. 녹음실에 가서도 그 자리에서 추가해서 더 넣기도 하고, 같이 뭉쳐서 만드는 편이죠. 예를 들어서 랩이 좀 잘 묻어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꿔버리고 그래요. 아티스트에 맞게.

박준우: 이미지나 컨셉 같은 걸 구상하실 때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는지, 아니면 참고가 되거나 영감을 받는 부분이 어디서 있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신혁: 다른 작곡가분들도 똑같을 것 같아요. 우선 첫 번째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영감을 받는지에 대해서 정답은 없어요. 다른 작가들에게도 이야기하는데, 스펀지가 되라고 해요. 심지어 제가 인터뷰하는 이 느낌도 음악 하는 사람은 이걸 음악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 걸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두 번째는, 음악을 정말 많이 들어야죠. 많이 듣다 보면 자기가 생각 못 하던 게 나오거든요. 시간을 내서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앉아서 음악만 들을 수 있도록 저 스스로 하고 있죠.

박준우: 하나의 곡이 만들어질 때, 작업 순서나 이런 것도 저마다 다른 편인가요?
신혁: 네, 다 달라요. 곡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건반에 앉아서 시작할 때도 있고요. 샤이니 “Dream Girl” 같은 경우에는 가사는 아니지만 스크립트를 먼저 썼어요. 원래는 “Bad Girl”이었어요. 그때 여자친구랑 싸우고 (웃음) 그 날 전개를 쓴 다음에, 그 느낌을 그대로 풀어보자. 가사는 어떤 내용으로 쓰고 코러스까지 자연스럽게 나왔거든요.

박준우: 한 곡에 여러 명이 크레딧으로 올라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분업화된 과정을 가졌는지 궁금해요.
신혁: 제가 만약에 단순하게 돈만 바라본다면, 저작권이나 이런 건 다 챙기고 그러겠지만 그런 편이 절대 아니고, 퀄리티를 최상으로 보여줘야 줌바스가 케이팝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이번에 미국에서 곡을 끝냈는데, ‘이런 스타일은 왠지 이 친구가 다시 편곡하면 새로운 소스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던져줘요. 그러면 그 친구가 다시 작업해서 보내주고, 저는 마무리를 또 짓고. 최고가 될 때까지 작업하다 보니 작업하는 친구들도 많아지는 것 같고, 어떤 작곡가가 뭘 잘하는지 알고 있어요. 제가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못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못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친구들에게 먼저 보내주고, 다시 받아서 작업하고. 왔다 갔다 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최고로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보자는 것이 프로듀서로서의 철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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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존 박 씨와 함께 작업하신 건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작업한 방식이 되게 독특하다고 들었거든요.
신혁: 독특하다면 독특한 건데, 진짜 백지 상태에서 ‘오늘 뭐 작업하죠?’ 그러면서 존 박 씨가 스튜디오에서 같이 고민하다가 제가 건반을 치면 ‘괜찮은 것 같다’고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스케치한 걸로 가사 쓰고 녹음을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걸 반복해서, 일주일 안에 네 곡을 완성했어요. 존 박 씨도 자기는 이렇게 작업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 두 곡 쓰는 데 한 달이 걸리는데 여기서는 네 곡을 일주일에 썼다고. 그것도 가능했던 게, 제가 공동작업을 되게 좋아하고 딘플루엔자(Deanfluenza)라는 송라이터 친구가 같이 와서 작업했거든요. 그 친구도 가사, 멜로디를 잘 써요. 그 친구가 많은 도움을 줬죠.

박준우: 물리적으로 두 사람이 붙어있는다고 해서 사실 곡이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서로 간의 호흡이나 이런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신혁: 그래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해요. 근데, 존 박 씨와 서로 처음 만났지만 참 음악 하는 사람은 좋은 게, 음악 이야기를 하면 금방 친해지고 음악이 대화를 만들어 주더라고요. 음악 하는 순간부터는 더 친해지고 그랬어요. 서로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박준우: 처음 짧게 말씀해 주셨지만, 앞으로 다른 가수들과 작업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신혁: 손승연 씨가 어떻게 보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하는 게, 우선 노래를 잘하는 친구로 알려졌잖아요. 동시에 색깔이 아직 확실히 없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경우가 저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면 ‘한국의 아델’처럼 가창력을 더 보여줄 수 있다거나, 전혀 들어보지 않은 사운드가 또 나올 거에요. 그래서 많이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준우: 줌바스 자체가 가진 메리트이기도 한데, 이미지 구축이나 이런 것부터 가수를 이해하는 부분까지 그 과정의 전부가 케이팝 자체가 가진 매력인 동시에 줌바스가 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신혁: 한국에 있는 가수 중 많은 사람이 색깔이 없잖아요. 프로듀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저희 목표가 ‘케이팝을 다양하게 만들어낸다’거는 것이거든요. 이건 돈을 떠나서 그렇게 해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케이팝이 미국이나 영국처럼 커질 수 있고, 지금은 케이팝을 바라보는 눈도 매우 많습니다. 아이돌만 계속 나오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해외 케이팝 팬들도 지칠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변화에 한몫을 해야할 것 같아서 (웃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준우: 그런 맥락에서, 일부러 다작을 피하시는 것 같아요.
신혁: 맞습니다. 곡 의뢰는 많이 들어오는데, 예를 들어 시쳇말로 ‘뽕끼’라고 하죠. ‘이런 걸 넣어주시고 어떻게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하면 그런 건 안 해요. 그런 건 저희와 컨셉이 안 맞는 것이고. 저희 철학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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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그러면 이제 회사 얘기를 조금 해볼게요. 프로덕션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레이블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신혁: 첫 번째 꿈은 빌보드였고, 두 번째 꿈은 한국에서 1등 하는 프로덕션 회사가 되자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한 번 해봤고. 저는 항상 앞을 보고 가는데, 세 번째로 해야 할 건 회사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음악이 나와야 한다는 거였어요. 지금은 다른 레이블에서 컨트롤해서 나오잖아요. 이제 저희가 아티스트를 내서 보여줄 시기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딘플루엔자라는 친구가 고등학교 2, 3학년 때부터 같이 커왔는데 3년 좀 넘었어요. 나이도 스물세 살이거든요. 그 친구가 저희 첫 타자로 나올 예정이에요. 그 친구 음악 스타일은 아직 한국에서 들어보지 못한 스타일로 나올 거고요.

박준우: 프로덕션 회사로서 가지고 있는 방향과 레이블로서 가지고 있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는 않겠네요?
신혁: 그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또 해야 하는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케이팝의 선진화에요. 그걸 목표로 가져가고 있고, 거기에 맞아야 하는 거고. 문제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레이블이면 사업을 하는 거니까 고민이 되죠. 선진화시킨다고 해서 아무거나 가지고 나온다는 게 아니고 케이팝화 시켜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되게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거기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거고, 그게 아니면 이건 사업이 아닌 취미죠.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준우: 높은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세일즈 포인트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신혁: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게 아까 ‘상품화’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거기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하는 거죠.

박준우: 회사의 대표이시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음악을 만드는 작업 자체도 하나의 프로젝트고 그 안에서 팀워크나 리더십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신혁: 지금 저희 줌바스 내에 한국에는 네 명의 작곡가가 있고, 인턴도 세 명 정도 있어요. 꽤 많이 있는데, 이 친구들을 되게 많이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제가 리더라고 해서 ‘이렇게 해’라고 하면, 그건 제가 다 안다는 식이기 때문에 그런 마인드로 가면 안 되죠. 항상 더 낮춰서 이 친구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잘하는 부분은 코치해서 더 키워주고, 그게 리더로서 해야 할 일 같아요.

박준우: 한국에선 소속되어 곡을 만드는 작곡가가 네 명 정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 중 델리 보이(Delly Boi)가 줌바스에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신혁: 델리 보이씨는 회사 소속 작곡가와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는데, 제가 데모를 먼저 들었어요. 괜찮다고 판단했고, 한 번 만나보게 되었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저희가 원하는 ‘케이팝을 바꿔보자’는 취지도 뚜렷했던 친구였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델리 보이가 그렇게 많은 작업을 했는지 몰랐어요. 완전 신인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서야 ‘이 친구가 그렇게 많이 했어?’ 이렇게 된 거죠.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거죠. 커리어를 보고 함께하게 된 게 아니라, 실력을 보고 같이 팀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니까요. 지금은 실력이 더 늘었어요. 그때보다 2, 3배 이상 늘어서 뿌듯해요.

박준우: 투트리플엑스(2xxx!)라는 분은 버벌진트의 “가을 냄새”에 참여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외부 작업 같은 것도 할 수 있게끔 열어두셨는지 궁금해요.
신혁: 물론이죠. 그건 회사가 프로덕션 회사니까 좋은 곡을 많이 내야 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니까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할 수 있게끔 열어놓고 있습니다.

박준우: 외에도 리원(RE:ONE)이라는 분과 딘플루엔자 이렇게 네 분이신데, 네 분 모두 힙합, 알앤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신혁: 델리보이와 리원 같은 경우에는 어반 음악에 많이 영향을 받은 친구들이고, 저희와 같이 한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이제는 여러 작업을 같이 하면서 다른 음악도 접하는 식으로 성장한 단계입니다. 투엑스엑스엑스같은 경우는 저랑 같이 한 게 딘플루엔자보다 더 길어요. 처음 저에게 데모 보내면서 알게 되었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같이 커왔는데 이 친구 같은 경우에는 EDM, 전자음악 쪽 사운드가 굉장해요. 정말 잘하는 친구고. 딘플루엔자 같은 경우에는 모든 장르를 다 쓸 수 있는 친구예요. 귀가 굉장히 좋아요. 어떻게 보면 유일한 작사가이기도 하고요.

박준우: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케이팝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신혁: 이제는 한국 대중가요를 떠나 세계적으로 듣는 음악이 되었잖아요. 중국에서는 케이팝을 듣는 게 굉장히 쿨한 거고, 미국 음악보다 더 많이 듣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자긍심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케이팝을 그래서 더 믿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미국에서 생활한 교포였다면 미국 곡만 작업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케이팝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서입니다. 정말 재미있고, 이렇게 빠르게 계속 나오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매주 곡이 나오고 그러는 게 재미있고. 지금 케이팝은 많이 성장했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원으로써 열심히 해 볼 예정입니다.

박준우: 미국 쪽에서도 계속 작업을 하시거나 앞으로 나올 게 있는지 궁금해요.
신혁: 미국에서도 비밀리에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데, 시간 날 때마다 하고 있어요. 최근에 다시 시작했어요. 미국 쪽에서도 작업하고 있고, 관심을 가지는 레이블도 많고. 결과는 나중에 나오면 소개할 수 있겠죠.

박준우: 신혁 씨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신혁: 최종 목표는 되게 커요. (웃음) 케이팝 레이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다음 단계이고, 그다음 단계는 제가 미국에 있고 미국과 한국을 알고 있잖아요. 지금까지 쌓아온 네트워크나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정말 최초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업과 미국 현지 아티스트를 내서 줌바스라는 틀 안에서 그런 아티스트가 모두 있는 거죠. 그런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